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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취미_피아노 연주

언젠간 작곡도 해보고 싶은 나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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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연주회 리허설 중


교대에서 심화 전공으로 음악 교과를 선택했다. 졸업 논문을 쓰는 대신 졸업 연주회를 한다는 것에 끌렸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시절 5년 동안 피아노를 배었고, 여러 차례 피아노 대회며 연주회를 다녔었다. 그러다가 사춘기가 되면서 학원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간간이 집에서 취미로 연주하던 게 전부였다. 그래서 대학생활 때 다시 피아노를 꼭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원하던 목표를 이루고 졸업 연주회를 무사히 마쳤다. 그렇게 잊고 있던 피아노를 다시 내 취미생활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 때는 피아노가 아닌 플루트를 택했었다. 아무래도 6년 가까이 레슨을 쉬었기에 겁이 났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폐활량이 적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포기하고, 다시 피아노로 돌아왔다. 그러다 잠깐 작곡을 배워보기도 했지만 레슨 선생님과의 마찰로 역시 다시 피아노로 돌아왔다. 그리로 모차르트의 <아, 어머님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6개월 배우고, 다시 슈베르트의 <즉흥곡 4번>을 1년 배우고 졸업 연주회 무대에 올렸다. 예쁜 다홍색 원피스를 입고 흰색 샌들을 신고 또각또각 무대로 걸어가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로 계속해서 꾸준히 피아노를 배워왔다. 한때 국악 동아리에서 장구 연주도 했던 내가 생각하기로, (많은 악기를 다뤄본 건 아니지만), 피아노만큼 배우기 어려운 악기는 없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재능이 많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전공자도 아니기도 하고, 한 곡을 거의 6개월에서 1년 가까이는 연습해야 마스터를 겨우 하고, 암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르니 40까지(초반에 그만두기는 했다) 배웠다고 하기에는 초견 보는 실력도 턱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너무 부끄럽고 어디 가서 자신 있게 "제 취미는 피아노 연주예요." 또는 "저 피아노 잘 쳐요."라고 말하기가 매우 난처하다. 그래서 한 때는 피아노를 이제 그만 배우고, 팔아버릴까?라고도 생각해 봤었지만, 그래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내 모습은 너무 마음에 든다는 생각에 그만둘 수가 없다.


실력이 늘수록 레슨비는 점점 더 비싸진다. 가평에 살 때, 그냥 가까운 곳에서 배우고 싶어서 동네 피아노 학원에 갔지만, 모차르트나 슈베르트 곡을 치는 성인은 서울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서울은 취미생이 배우기에는 레슨비가 너무 부담이 되었지만, 욕심이 생겨서 비싼 돈을 내며 배웠다. 그럼에도 가끔씩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내가 정말 피아노를 좋아하는 게 맞을까? 연습은 너무 고되고 힘들다는 생각. 멋지게 한 곡을 완성한 순간을 즐겁지만 그 과정까지 가기의 기나긴 시간은 고통스럽고 지루하기만 하다.


그럴 때 나는, 내가 스물한 살 때 읽었던 커티스 시튼펠트의 <사립학교 아이들> 속 한 문장을 떠올린다.

*넌 이상한 것과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혼동하고 있어. 하지만 누구든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는 사람은 혼자 시간을 보내. 지금 날 봐. 나도 혼자 농구를 하고 있잖아. 노리 클리한은 도자기를 좋아하고, 호튼은 발레를 좋아하지. 스무 명도 넘게 예를 들 수 있어. 뭐든 잘하고 싶으면 연습이 필요한 거야. 그리고 그 연습은 혼자 해야 하는 거고. 네가 혼자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말았으면 좋겠어."


공감이 가서 메모해 두었던 문장이다. 내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혼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서 차라리 오케스트라에서 협연할 수 있는 악기를 택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후회가 들 때가 있곤 했다. 그럴 때마다 이 문장을 떠올리면 힘이 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공개수업으로 자주 하는 교과가 국어, 수학, 음악 이 세 과목인데, 피아노를 배운 것도,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음악 교과로 공개수업할 때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든 내 직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앞으로는 음악치료도 배워보고 싶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늘 관심 갖고 실력을 확장해나가고 싶다. 어려운 점도 많지만, 피아노는 정말 취미로 하기에 좋은 악기임에 틀림없다.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라는 제목의 책을 봤다. 나도 그러고 싶다!



https://youtu.be/AJOjRjIsPT4 졸업 연주회 영상


https://youtu.be/E22cR1DKFPM 쇼팽 피아노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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