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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Sep 10. 2023

세대 갈등과 화해

박하경 여행기 <4화>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 떠나는 딱 하루의 여행

걷고 먹고 멍 때릴 수 있다면  


  

 이번에는 속초로 여행을 간 박하경. 그곳에서 어릴 적 마지막 여행을 떠올린다. IMF 위기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부모님의 고통을 헤아리며. 어느새 그때의 부모님 나이가 된 박하경은 여전히 혼자이다. 박하경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이렇게 되뇐다.     


‘나는 여전히 내 일상을 사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런데 웬 할아버지가 TV를 보며 자꾸만 젊은이들을 욕하는 게 아닌가. 결혼도 안 해, 아이도 안 낳아, 직장도 편한 곳만 찾으려 한다며 젊은이들을 비난한다. 나라 걱정을 안 하냐며 젊은이들이 이기적이라고 한다. 이에 잠자코 듣고 있던 하경은 할아버지에게 반문한다.     


“자꾸 나라 나라 하시는데 그러면 선생님 나라는 뭔데요?”     


 이번 편을 보고 있자니, 바로 우리 주위의 어른들이 생각났다. 어쩜 그렇게 듣기 싫은 말만 골라 하는지, 명절날 묻지 말아야 할 말들, 취업, 연봉, 결혼, 자녀계획 등등. 젊은 사람들은 다 해선 안 되는 말이라고 공감하지만, 어른들은 으레 관심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결국 하경과 이 할아버지도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움을 벌인다. 그리고 하경은 속상해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만다.     


 하지만 할아버지 부부가 손주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경솔함을 되돌아본 하경은 서울 터미널에서 뒤쫓아가 사과를 한다. 할아버지는 사과를 받아주는 뜻으로 손주들을 주려고 했던 전통 과자를 주섬주섬 꺼내 건넨다.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과 화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세대 차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생각 차이와 갈등, 그리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장면이 나의 모습은 어땠나 되돌아보게 된다.     


 그럼에도 나이가 많다고 세월을 더 오래 살았다고 인격 모독적인 행위를 한다면 그건 이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노인을 공경하지 않고 무시하고 버릇없이 구는 행위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얼마 전에 뉴스 기사에서 비 맞고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를 한참이나 동행하며 우산을 씌워주었다는 훈훈한 일화를 읽었다. 반대로 나는 동서울 터미널에서 우산 없이 비 맞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웬 아주머니께서 터미널 앞까지 우산을 씌워주셨다.     


 세대 차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갈등, 불협화음, 오해, 마찰을 마치 비 오는 날 쓰는 우산처럼 세찬 비바람과 힘겨운 일상으로부터 막아주는 역할을 해준다면, 생각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경은 인터넷 모뎀을 잘 다루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전화로 알려주고 대신 고장 신고를 해준다. 나도 엄마를 대신해서 연말정산을 해드렸던 게 생각이 났다. 대신 엄마는 내가 집을 알아볼 때 도움을 주셨다. 젊은 사람들은 사기를 많이 당한다고 한다.     


 부모님이 계셔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또 자녀가 있어서 어른들은 새로운 문물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길을 걸을 때 버팀목이 되어주는 지팡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고, 또한, 우산처럼 세찬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해준다면,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될 것 같다. 어른들은 젊은 시절을 지나왔고, 젊은이들도 결국엔 나이가 들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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