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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영혼, 헤세에게서 배우다

정여울 작가의 <헤세>를 읽고

by 루비

외로

운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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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오트가 느끼는 외로움은 자신의 '재능'이 아닌 자신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여줄 단 한 사람에 대한 갈망에서 나오는 것이다. 쿤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던 무오트가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탄식한다.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를 통해 알게 된 헤르만 헤세. 그리고 읽다만 <크눌프>와 정여울 작가의 이 책, <헤세>를 통해서 헤세의 문학과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것 같기도 하다. 헤세의 작품 속 인물들, 한스, 크눌프, 페터, 무오트, 싯다르타 등은 헤세 자신의 분신처럼 느껴진다.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 전쟁에 대한 반대로 국가에서 버림받고 우울증을 겪고 수많은 사람에게 비난과 질투를 받아온 일생.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지만,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만큼 많이 슬프고 아팠겠구나, 얼마나 힘들었을까란 생각에 마음이 아려온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이기도 하다.


진정한 창조는 인간을 외롭게 만들며,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소중한 무언가를 완전히 포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고통은 참으로 이상하다. 고통으로 인해 우리는 자신을 포기할 뻔하지만, 바로 그 고통 때문에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그전에는 꿈꾸지도 않았던 성장을 한다.




고통과 아픔, 외로움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예술작품을 창조해 내는 과정이 헤세를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문학에 대한 사랑, 자연과의 혼연일체가 우울증의 고통과 싸우면서도 여러 대작을 남기게 한 원동력이었다. 산이 높아야 골이 깊다는 속담처럼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 밑바닥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알아가고 더 빛이 나고 눈부신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 책에서 정여울 작가는 고통을 극복하고 개성화의 길을 이루는 길로 '문학', '예술', '철학'을 꼽는다. 이 세 가지와 함께 타인의 삶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나 자신에게만 향하는 주파수를 타인과의 관계 맺음으로 옮길 수 있고, 진정한 관계 맺음 속에서 '나다움'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자를 외면하거나 고통을 멀리하고 유령처럼 세월을 사는 것보다 고통을 겪으며 상처에 가시를 깊이 박아 넣는 것이, 그리고 자신의 삶을 내던지는 것이 진짜 자신과 만나는 길이라고...


정여울 작가는 헤세의 인생과 작품을 통해 예술에 대한 사랑과 감식안, 그리고 순수한 열정을 발견했고 그것을 글로써 풀어냈다. 아직 헤세의 작품을 몇 편 읽지도 못한 나에게는 이 책 <헤세>가 헤세에 대해 알게 해준 안내자가 되어주었고, 헤세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헤세에게는 융 심리학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 헤세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나도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문학작품도 더 많이 찾아 읽어보고자 한다.


헤세의<크눌프>속 크눌프는 첫사랑에게 배반당한다. <페터 카멘친트>의 페터는 사회성과 처세술이 부족하다. 싯다르타는 너무 탁월해서 역설적으로 외롭다. 문학청년이었던 헤세는 이 모든 인물을 합쳐놓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상하게 헤세에게 깊이 공감한다. 다만, 나에게는 천재적인 작품을 쓸 재능이 주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헤세처럼 예술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며 눈부신 개성화를 이루고 싶다. 인생을 순탄하게 사는 이들이 부럽지만, 나에게는 힘든 일이라고 해서 좌절하거나 원망하지 말아야겠다. 이 또한, 나에게 주어진 숙명이고 나만이 걸어가야 할, 숭고한 삶의 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며...


유감스럽게도 확실한 사실은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이라도 인생에서 보호받지 못하며, 더없이 훌륭한 인간이라도 하필 자신을 파멸시키는 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 <게르트루트>

소원을 이루지 못하면 곧바로 인생 전체를 내던지는 젊은이들도 있지. 이것이 청춘이다... 가장 정열적이었던 젊은이가 가장 훌륭한 노인이 되는 법이다. - <게르투르트>



매일매일 내 영혼이 한 뼘씩 더 자라날 수 있도록 문학과, 예술, 철학, 사랑이란 물을 주어야겠다.











헤세에게서 배우다 -정여울 작가의 <헤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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