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비 Dec 13. 2023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승승장구하기

애니 <약사의 혼잣말>, 그 시작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으신 분은 읽지 말아 주세요.>



약사의 혼잣말, 그 시작.  

<약사의 혼잣말>은 휴우가 나츠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이야기는 현재 넷플릭스에 10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되어 있는데 매 회 다른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 연작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약사인 주인공 마오마오가 납치되어 궁에 끌려가 시녀로 일하면서 약에 대한 전문성으로 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인데 빠른 전개와 숨 막히는 궁중 암투, 화려한 그림체로 스토리 몰입감이 뛰어나다. 특히 정체가 불분명한 미남 환관 진시와의 로맨스가 이야기에 호기심을 더한다.   

        

비천한 신분

마오마오는 유곽 근처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기녀들이 일하는 녹청관에도 종종 약을 배달해 주면서 그곳의 기녀들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이런 마오마오는 궁에 들어와서도 가장 말단인 시녀로 일하다가 황제의 총애를 받는 교쿠오 비의 눈에 띄어 출세하는가 싶지만 결국 독 시식 담당자의 임무가 맡겨진다. 교쿠오 비가 식사를 하기 전에 독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독 시식 말이다. 이런 마오마오를 또 다른 시녀들은 불쌍하고 애처롭게 바라본다. 그런데 마오마오는 그런 참담한 현실 앞에서도 당당히 주어진 시련을 극복해 나간다. 바로 자신이 쌓아 올린 출중한 약에 대한 전문성으로 말이다. 게다가 평소 이런저런 독을 자신의 몸으로 테스트해 보아서 독에 대한 내성도 강하다.      


마오마오는 자신 같은 독 시식 담당자들은 파리 목숨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비천한 신분이라고 말이다. <약사의 혼잣말>은 중국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늘날 현대사회 또한 자본주의 사회이고 평등한 사회라고 말하고 있지만 직장이나 사회에서 은연중에 위계질서가 있고 권력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고 힘이 있는 자와 힘없는 자로 나뉜다. 아마 스스로가 약한 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마오마오에 몰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사람들은 황제와 같은 권력이나 재벌과 같은 자본을 소유한 자는 드물 테니...     


이런 스토리를 보게 되면 어떤 희망이나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마오마오처럼 유곽 근처의 보잘것없는 동네에서 자란 힘없는 소녀도, 심지어 궁에 납치되어서까지 독 시식 담당자로 청천벽력 같은 임무가 떨어졌을 때조차도, 당당하게 자신만의 능력으로 극복해 가는 스토리가 무언가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왜 약하고 힘없으면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희생되어야 하나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인간의 역사가 강자와 약자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이어져 왔으니 유토피아만을 그리며 불만만을 터뜨릴 순 없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마오마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나 <피아노의 숲>의 카이와도 닮았다.    

  

일의 전문성, 출세     

마오마오는 하나를 보면 두셋을 아는 아버지로부터 약에 대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거기에 더해 강한 호기심과 지식욕을 바탕으로 낭중지추처럼 금세 교쿠오 비의  환관, 진시의 눈에 띄었다. 총명한 머리와 뛰어난 추리력으로 독이 있는 분으로 죽어가던 리화 비를 다시 살려내기도 하고, 궁중에 퍼진 유령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기도 한다. 마오마오의 활약상을 보면, 이렇게 출중한 재능을 뽐내기 위해 비천한 신분을 타고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버지가 중얼거리는 것처럼 궁녀는 마오마오의 숙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목숨을 걸고 하는 독 시식 담당역을 맡긴 했으나 어찌 됐든 마오마오는 황제와 황제의 비에 차례차례 눈도장을 찍었다. 황제의 명을 어기거나 해내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롭지만, 반대로 능력을 발휘하면 보상이 뒤따를 수도 있다. 실제로 마오마오 덕분에 목숨을 구한 리화 비는 원유회에서 마오마오에게 비녀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특별히 생각한다는 징표이다. 직장에서도 일하다 보면 상사의 총애를 받으면 기쁘기도 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힘이 없는 자로서는 언제 토사구팽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마오마오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또 다른 비슷한 이야기로 <대장금>이 있다. 드라마 <대장금>이 대히트를 쳐서 <장금이의 꿈>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나는 끝까지 보지는 않았지만 장금이가 수라간 나인에서 시작해서 중종의 주치의가 되는 과정이 무척 경이롭게 느껴졌다. 비록 픽션이 가미되기는 했으나 장금이는 실존 인물이라고 하니 더 놀라웠다. 장금이의 일생처럼 아마 앞으로의 마오마오의 궁궐 생활에서도 많은 암투와 시련과 좌절, 고비가 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 나는 아마도 마오마오가 그러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마오마오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일에 대한 전문성과 현명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사랑의 전개     

또한 앞으로 마오마오가 환관 진시와 펼쳐나갈 이야기도 매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에피소드 7화 <고향 방문> 편에서 가오슌이 진시와 단둘이 있을 때, 이런 대화가 오간다.     


가오슌: “본모습이 튀어나오려고 합니다.”

진시: “태어났을 때부터 보살핌을 받는 것도 성가시네.”

가오슌: “진시님, 비녀가 그대로 꽂혀있습니다. 머리에 가려져 있으니 진짜 신분을 알아챈 자는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사실 여기서 진시가 정말 환관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시는 처음 마오마오를 만났을 때부터 계속 마오마오에게 관심이 있는 게 눈에 띈다. 마오마오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심지어 마오마오가 고향 방문을 위해 리하쿠와 며칠 떠났을 때도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보인다. 진시는 마오마오의 어떤 점에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앞으로 둘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매우 흥미를 자극한다.     


마오마오는 애니메이션에서 설정상 일부러 미모를 감추는 인물로 나온다. 눈에 띄는 미모는 납치를 당하거나 위험에 처할 일이 많기에 일부로 자신을 숨기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마오마오를 진시는 눈물이 글썽글썽하며 안타깝게 여긴다. 실제로 눈에 띄는 미모는 재력이나 힘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을 때 오히려 불편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마오마오는 그렇기에 일찌감치 자신을 못나 보이게 하는 화장술을 배워둔 것이다. 뭔가 만화적인 포인트란 생각도 든다.     


로버트 스턴버그는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서 사랑은 친밀감, 열정, 결심/헌신의 세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마오마오와 진시는, 같은 교쿠오 비를 모시며 자주 보면서 친밀감을 쌓고 있고, 진시는 마오마오의 어떤 매력에 빠진 것으로 보아 열정적으로 보인다. 이제 마오마오가 진시의 정체를 알게 되고 마오마오 또한 진시의 매력에 빠지고(다른 모든 궁녀들처럼.) 서로가 애정과 사랑을 표현하고 결심과 헌신의 단계에 이를지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마오마오와 진시의 로맨스는 미스터리 추리물과 궁중 암투극이 섞인 어두운 이야기에 한 줄기 장밋빛 결을 더해주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 <약사의 혼잣말>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요인이기도 하다. 어서 다음 편을 보고 싶다. <약사의 혼잣말>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셜록 홈즈 이야기 못지않은 이야기의 매력에 참을성이 줄어드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해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초등교육의 속살] #10. 초등 교사를 꿈꾸는 이들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