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의 글쓰기

창작 소설

by 루비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그저 쓸 뿐이었다. 담담하게 한 자 한 자 타이핑을 해 나갔다. 글 쓴다는 건, 치유하는 일, 성장시키는 일,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문이었다.



누군가는 글을 쓴다는 게 대단하다고도 말한다. 누군가는 글을 쓰는 게 참으로 지겹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J처럼 글을 쓰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창작의 희열로까지 나아가고 싶은 열망이 샘솟는다. 젊은 시절 치열하게 읽었던 공지영, 파울로 코엘료, 알랭드 보통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J는 글을 쓰다 말고 침대에 누우러 침실로 들어갔다. 창밖으로 고층 아파트와 군데군데 불빛이 보인다. 문득, 이 풍경이 호텔 방에서 보던 풍경과 비슷하다는 감상에 빠진다. 갑갑한 콘크리트 건물 안이지만 이런 점은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어린 날, 도쿄 모리타워에 가서 창밖을 바라보던 풍경도 이랬었다. 친구와 함께 360도 회전하며 바라본 그 까만 밤풍경은 황홀하면서도 한편 매섭게 차갑고 그립기도 했다. 영문도 모른 채 사랑받지 못한다는 절망감, 거절당했다는 절망감이 어린 나이의 J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그때를 되돌아보니 지금은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고진감래이자 새옹지마 같은 것. 돌아보면 잘된 일.


예수는 가시 면류관을 쓰며 피를 철철 흘리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살아났다. 모든 위대한 인물들은 절대로 평탄하고 행복한 길만 걸어가지 않았다. 언제나 죽음의 뒤편에서 많은 고통과 두려움과 멸시와 비난이 뒤따랐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J에게는 하나의 길이었다. 지혜의 처소로 들어가는 길, 천국으로 들어가는 길, 영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


사람들은 이런 J를 두고 수군거린다. 정작 그 말을 뱉는 당사자로 향해야 할 가시 돋친 말들, 그 자신의 내면을 투사한 말들. 이를테면, 선한 척, 성스러운 척, 고귀한 척, 삼척에 인격장애일지도 모른다는 말. 그런데 S대 의대를 나온 의사도 아니라고 하는데 자기들이 뭐라고 지껄이는 건지, 참 기가 차다. 문득 잉여 인간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읽고 싶어 진다. 사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꿈을 꿨다. 문득 꿈 분석 작업을 오랫동안 했다던 어느 작가처럼 J도 꿈 분석이란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이트도 융도 잘 모르지만, 나라는 인간을 정밀하게 탐색해보고 싶은... 어쩌면 나라는 인간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능력만으로도 그는 위대한 사람일지 모르겠다. 메타인지가 발달했다는 점,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있으므로... 이래서 내가 어릴 적, <호밀밭의 파수꾼>과 <인간실격>을 좋아했군, 생각하며 씁쓸히 웃었다. 그리고는 ‘나란 인간은 참 구제불능이야.’라며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러한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어느 환상적인 동화 속으로 스위치를 On 하고야 말 것이다. 그도 아니면 머릿속 공상의 세계에 잠기거나…. 그렇게 하루는 또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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