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반창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비 Jan 14. 2024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는 것

흔들리지 않는 나이, 단단한 내가 되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


드라마 <시크린 가든>을 보면 길라임은 김주원의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한다.

“삼신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난 남자 저랑 놀 주제 못됩니다.” 김주원은 재벌 출신 백화점 사장이지만 너무 철없고 길라임에게 사회 지도층 운운하며 굉장히 불쌍히 여기며 가난이란 것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다는 듯이 신기해한다. 그리고 점점 빠져드는 자신에 혼란스러워하며 길라임에게 따지기도 한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이긴 하지만 길라임의 다른 점은 미모와 나이로 승부하는 흔한 전략이 아니라 애초에 길라임은 김주원에게 관심도 없었다. 둘은 오해로 맺어진 사이지만 그 과정에서 김주원은 길라임이 자신의 직업인 스턴트우먼에 얼마나 애정이 깊은지 팔 한쪽을 다쳐 피를 철철 흘리면서까지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에 반하고 만다. 그럼에도 김주원의 어머니는 가난하고 비천한 집안 출신인 길라임이 못마땅해 독설을 일삼으며 둘을 헤어지게 만들려고 한다.


몸이 바뀌는 판타지 요소 외에도 오스카와 윤슬의 사랑까지 사각관계가 얽히고 얽혀 여러 가지 재밋거리가 가득하여 꽤 히트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보니 내가 타고난 운명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길라임 말마따나 삼신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난 남자가 그렇게 대단한 걸까? 시어머니 될 사람에게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가며 결혼할 만큼 그들의 사랑이 견고한 걸까? 물론 그 의문은 드라마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해소된다. 이기적이고 자기만 알던 김주원이 목숨을 걸 정도로 길라임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의문이 든다. 사랑은 목숨을 걸 정도가 되어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이 뭘까란 상념에 빠져든다. 그런 위기상황과 극복이 없다면 너무 쉽게 편안하고 지루하단 이유로 다른 상대를 찾는 사람들, 더 나은 조건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많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할 때 김주원의 어머니는 자신이 남편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김주원에게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길라임처럼 아무것도 갖지 못한 여자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대단한 아들에게 사랑받는 게 못마땅하고 질투 나는 것이다. 김주원의 어머니가 남편하고 돈독하고 서로 극진히 사랑하는 사이였다면 자신의 아들도 그런 사랑을 할 자격이 있다고, 그래서 행복해져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밀어줬을 것 같다. 하지만 자신 또한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다른 여자, 그것도 며느리 될 사람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그런 사랑을 받는 게 배가 아프고 못마땅해서 그런 감정을 가뿐히 누를 만한 대단한 조건의 여자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아들과 사는 게 뺏기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상하지만 그래도 조건 하나는 건재하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이런 가정이 정말 대단한 집안인지도 의문이 들지만...


사람에게는 자신이 타고난 운명이 있다. 흔히 배경이라고 하는 주어진 조건이다. 이것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부모님, 타고난 집안, 주어진 지능, 유전적 요소, 건강 등. 바꿀 수 없는 걸 바꾸려고 해 봤자 불행해지기만 하고 욕심만 많아져 부정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니부어는 바꿀 수 없는 걸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걸 바꾸는 용기와 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갈구하는 기도를 올렸다. 내가 타고난 것들, 가질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다. 그보다 내가 바꾸고 개선할 있는 것들을 살려야 한다. 나의 약점은 덮고 강점은 키울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이 타고난 재능이 뒷받침된다면 더욱 좋다.


그렇게 지혜롭고 현명하게 처신하게 살려고 노력해도 삶은 쉽지 않다. 어느 순간 전쟁이 나서 전재산을 잃을 수도,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실직을 할 수도 있고, 자식이 속을 썩일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어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히는 못된 여자상사한테 엄청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그 여자상사는 나에게 직장 생활은 시집살이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나는 미혼인 나이에 직장에서 그 상사의 개인적인 화풀이를 당해야 했다. 그럴 때 정말 지혜롭고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편이 되어주고 힘을 실어주겠지만, 통찰력 부족하고 경험이 부족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런 못된 사람들이 낸 헛소문만 믿으며 더한 괴롭힘을 선사한다. 그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한 차례 자살결심까지 할 정도로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내 삶을 몇 번이고 리플레이해 보았다. 영화도 찾아보고 소설도 읽으면서 많이 곱씹으며 깨달은 건, 나의 잘못이라기보다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잘못을 찾자면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고 곁에 두어야 할 사람을 구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건데 이것도 내 삶의 결정체니 내가 어찌할 수 없었단 생각이 들고 이제부터라도 더욱 분별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몇 년 뒷면 마흔, 불혹이 되는 나이인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내 곁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아름답고도 멋진 인생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더욱 나 자신을 가다듬고, 지혜로움을 쌓고, 통찰력과 분별력을 기르고, 성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고, 알찬 결실을 많이 만들어나가며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인 아주아주 멋진 사람으로 가꾸어나가야겠다. 그렇게 단단하고 강인한 사람이 된다면, 내가 가진 조건, 운명, 그리고 불현듯 다가오는 시련 앞에서도 쉽게 쓰러지지 않고 잘 이겨내어 행복과 성공을 쟁취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다.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이 버거울 때, 이 시 한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