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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Feb 29. 2024

재미난 쿠킹 판타지 모험 애니메이션 <던전밥>

애니메이션 <던전밥>의 매력

  


#1. 시간을 두고 볼 가치가 있는가.

      

<던전밥>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시간을 들여서 이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지? 이 애니메이션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지? 모험하고 싸우고 요리하고 또다시 떠나고 이러한 스토리가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 말이다. 초중고 학창 시절에는 그냥 애니메이션 보는 게 좋았다. 평일 저녁을 먹은 뒤 보는 만화영화도 좋았고, 고등학생 시절 야자 후 집에 돌아와서 틈새 시간에 보는 애니도 좋았다. 순전히 즐거움에 빠져 보았다. 그런데 직장인이 된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그런데 이런 애니메이션이 직장인에게 볼 가치가 있는가? 문득 그런 의문에 빠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스이다. 요즘 세상은 정말 풍요롭다. 지천에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가 천지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좀 더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 나에게도 재밌는 것들이 참 많다. 요새 보고 있는 드라마 <닥터 슬럼프>도 그렇고, 팟캐스트에서 듣는 정희진의 <공부>, 네이버프리미엄 콘텐츠, 따로 유료 수강하는 세바시 강의까지... 하루 24시간을 쪼개 쓰기에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던전밥>은 이 모든 것들을 합쳐놓은 것 같다. 재미있으면서 유익하고 독특하기까지 한. 매력 덩어리이다. 게다가 머리 싸매지 않고 골치 아프지 않게 몰입하며 볼 수 있다. 괜히 단행본이 1,000만 부 이상 팔린 게 아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도 삶의 질은 곧 보람찬 경험이고 몰입은 곧 배움이라고 하였다. 사실 나에게는 <던전밥>이 특별한 보람찬 경험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 보람찬 경험보다는 유희에 가깝다. 하지만 그래서 바로 몰입할 수 있었다. 또한, 게임처럼 일종의 보상을 기대하면서 보고 있기도 하다. 그건 바로 <던전밥>이 무언가 유용함이 있다는 것, 내 직업적 성장이나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어서 배울 점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사람에게 느끼는 매력에도 크게 독특함, 유익함, 즐거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에서 골치 아픈 것을 잊고 빠져들 수 있는 즐거움을 느꼈고 강렬한 독특함과 보상 추구 면에서 유익함을 느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바로 <던전밥>의 좋은 점은 무엇이며 또한 <던전밥>을 꼭 추천해주고 싶은 대상을 소개하고 싶다. <던전밥>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어떤 사람이 보면 어떤 점이 좋을까?      

    


#2. 던전밥을 추천하고 싶은 대상 

    

바로 첫 번째는 모험심을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던전밥>은 라이오스가 레드 드래곤에게 잡아먹힌 여동생 파린을 구하러 가는 모험의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일행을 만나고 미궁에서 마물들을 잡아먹으며 에너지를 채우고 모험을 계속하는 이야기다. 한 번쯤 용사가 되어서 공주를 구하는 상상을 해보던 사람이라면, 또는, 작은 나만의 방에서 벗어나 차례차례 장애물을 건너뛰고 모험을 떠나려던 사람에게는 아주 유용할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 <던전밥>을 보면서 마치 그리스·로마 신화의 여러 영웅이 떠올랐다. 기간테스의 공격에서 올림포스를 구한 헤라클레스, 메두사의 목을 벤 페르세우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 등과 비슷한 결처럼 느껴졌다. 특히 헤라클레스와 쌍벽을 이루는 테세우스가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구하기 위해 미궁에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르는 이야기와 오버랩된다.     


전갈, 버섯, 슬라임, 바질리스크, 움직이는 갑옷, 스켈레톤, 골렘 등 마물들이 여리고 섬세한 성격의 여자에게는 다소 징그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보는 데 매우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반대로 모험심과 의협심,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꽤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난 식재료로 느껴질 법하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예를 들면 마물 골렘은 흙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람들에게 토양으로 이용된다. 해충이 잘 꼬이지도 않고 야채 도둑도 쫓아내고 수분 관리도 해준다는 설정이 무척 재밌다. 야채를 심어주면 키워주기까지 한다. 분명 이런 장르의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혼자서 만화를 그리거나 재미난 이야기를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애니메이션은 분명 좋은 자극제가 되어줄 것 같다.     


두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바로 유머 감각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다이 애니메이션은 모험, 판타지, 코미디라는 장르답게 다양한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대사가 나온다. “죽으면 저 새끼 여기에 버리고 가자.”라는 대사(농담)나 오크들에게 잡혀가는 와중에도 효모로 만든 빵 발효균과 밀가루를 챙겨 빵을 만들고자 하는 센시의 엉뚱함은 <던전밥>에 유머코드를 더한다.  마치 한 편의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물을 해치우고 미궁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어둡게 그려질 수도 있지만, 유머 감각이 더해지면서 명랑한 코미디 장르가 되었다.     


유머 속에 공감 가는 따듯한 촌철살인도 들어있어 마냥 재미만 추구하지 않는다. 코어(핵)를 겨냥해 무너뜨린 골렘에게 다시 씨앗을 심어 부활시키려는 센시에게 대단하다고 말하는 라이오스. 그런 라이오스에게 센시는 좋아서 하고 있는 일이다힘든 일 따위 전혀 없지.”라고 말한다. 이때 흐르는 잔잔한 배경음악은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아서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선사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누구나 즐기면서 전념 투구할 수 있지 않을까. 불을 붙이는 데 마법 쓰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마르실에게 센시는 무언가를 간단히 해결해 버리면 그 무언가가 둔해지는 법편리한 것과 안이한 것은 다르다네.”라고 말한다. 이런 철학적인 사유까지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그 외에도 이 애니를 보고 있으면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와 다 메모해두고 싶은 심정이다. 직접 보면 무슨 말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는 상상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이 애니메이션 제목 <던전밥>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간단히 말하자면 던전에서 밥을 해 먹는 이야기다. 앞서 언급했듯 여러 마물들을 사냥하고 요리하며 식사를 하고 에너지를 채우고 미궁을 지나 레드 드래곤에게 잡힌 여동생을 구하러 가는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마물로 요리한 식사들이 꽤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름부터 ‘대형전갈과 걷는 버섯 백숙’, ‘식인식물 타르트’, ‘맨드레이크와 바질리스크 오믈렛’, ‘맨드레이크 야채튀김과 대형박쥐 텐뿌라’, ‘움직이는 갑옷의 드워프풍 볶음’, ‘움직이는 갑옷 수프’, ‘움직이는 갑옷구이’, ‘움직이는 갑옷 찜구이’, ‘골렘 밭의 신선 야채 런치’ 등 평범하지 않다. 특히 10년간 마물식을 연구해 온 센시의 요리비법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쿠킹의 대가가 되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게다가 먹방을 보는 것처럼 굳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이러한 점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비범하게 만들고 시청자에게 신선함과 즐거움, 상상력을 선사한다.     

      


#3. 시청 유의점     


다만 이 애니메이션을 볼 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다소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인들은 볼 때 이 점을 감안해서 보겠지만 만약 어린 자녀나 청소년과 함께 볼 때는 주의가 필요하겠다. 사실 성인인 필자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다소 불편한 점은 차치하더라도 여러 난관을 협업을 통해서 극복하는 점은 배울 점이다. 자존심이 상해 맨드레이크를 잡기 위해 박쥐를 이용하다 실수한 마르실에게 라이오스는 다음처럼 말한다.     


사람은 저마다 잘하고 못하는 게 있어네가 잘하는 분야는 의지하고 싶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다른 사람이 해결할 거야좀 더 우리를 의지해도 된다고.”     


비록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본때를 보여주려고 엉뚱한 시도를 한 마르실이지만 라이오스는 그런 마르실마저 품어주고 저마다 강점이 있으니 협업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애니메이션을 머리가 맑은 시간, 황금시간대에 보는 것은 비추다. 하지만 저녁 오후 늦게, 또는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시간에 보기에는 정말 좋다. 깨어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신이 맑지는 않은, 약간 피곤하면서도 나른한 시간대에 보기에는 정말 최적의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싶다. 시간을 알차게 써야 하는 입장의 직장인으로서는 재미와 유익함, 특색 있는 애니를 모두 원하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3종 세트 선물임이 틀림없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애니메이션에 빠져들고 싶을 때는 바로 이 애니메이션 <던전밥>을 추천한다.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함과 지적 희열, 성장하고 싶은 욕구, 게다가 어딘가로 떠나고자 하는 모험 욕구까지 완벽하게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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