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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Mar 25. 2024

나비의 사랑

나비의 사랑

칼과 나비는 서로를 사랑했다. 아주 많이.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칼은 나비가 정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알고 싶었다. 나비도 마찬가지였다. 끊임없이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칼의 진심이 궁금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혹시나 듣게될 거부의 말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비는 자신과 칼이 다른 연인들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 어떤 언약도 추억도 없었다.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쓰지도 않았다. 칼은 늘 제자리였다. 다른 나비들처럼 함께 날아다닐 줄도 몰랐다. 칼은 그러면서도 계속 자신은 나비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비는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자신은 사랑받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 어떤 증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주위 친구들도 놀려댔다. 그래서 사랑을 포기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날 저녁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한 번도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어. 사랑이 하고 싶어.”


나비를 사랑했던 칼은 나비의 일기장을 훔쳐 봤다. 그리고 분노했다. 자신은 충분한 사랑을 줬다고 생각했으니깐. 나비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고 의심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비를 만나서 서슬퍼런 칼날로 나비를 찔렀다. 나비의 한쪽 날개가 찢어졌다. 나비는 확신했다. “역시 날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구나. 칼과 함께하면 평생 불행할 거야.” 나비는 그 길로 완전히 칼을 떠나버렸다. 어떤 행복한 추억도 남기지 않은 채.


나비는 찢어진 날개를 가지고 정처없이 세상을 날아다녔다. 모래사막에 도착한 날, 나비는 시원한 바람을 만났다. 모래돌풍 속에서도 그 바람은 나비를 지켜줬다. 늘 옆에서 함께 했다. 오아시스에 데려다 준 것도 바람이었다.


이제 나비는 칼이 아닌, 따스한 바람결을 따라 날갯짓을 한다. 서로 손을 맞잡고 자유롭게 춤을 춘다. 나비는 바람이 좋다. 바람도 나비가 좋다. 나비와 바람은 늘 서로와 함께 한다. 아주 많이 사랑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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