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설 <마리오네트의 춤>을 읽고
마리오네트의 춤은 ‘봄이’라는 뚱뚱한 여고생 소녀가 잘생긴 훈남 대학생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을 시작으로 이를 허언증 내지 망상으로 치부한 친구들의 폭력과 따돌림에 대한 폭로와 진실에 맞닥뜨리는 담임교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소개를 읽고 질투심이 분노로 변하고 결국 비웃음과 조롱, 폭력으로 이어지는 점이 꽤 흥미를 자극했다. 그리고 정말 진실은 무엇이고 어떻게 밝혀질 것인가를 궁금해하며 읽어나갔다.
이 소설은 내가 예전에 브런치에 올렸었던 ‘마리오네트의 꿈’이라는 짧은 창작 동화와 어딘가 결이 비슷해서 놀랐다. ‘마리오네트’라는 소재도 그렇고 주제 의식도 그렇고. 하지만 좀 더 지엽적으로 들어가면, 이 소설은 결국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있고, 또한 ‘따돌림’, ‘자존감’, ‘열등감’, ‘학교폭력’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인공 소녀의 몽글몽글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체코 프라하를 배경으로 전개하고 있어 달달한 로맨스 감정마저 불러일으킨다. 정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독자를 흡입력 있게 끌어당긴다.
소설을 읽으면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 또한 약간의 편견은 있었던 듯하다. 남자들에게는 외모가 전부일 거라는 생각, 못생기거나 뚱뚱하면 사랑받기 힘들 거라는 두려움 내지 차별적 의식. 그런데 어떤 뉴스에서 진심으로 사랑하는 커플일수록 점점 더 살이 찌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식으면 더 악착같이 외모를 가꾼다는 기사도 보았었다. 또한, 어떤 외국인 남자가 디즈니 인어공주에 나오는 우르슬라를 닮은 여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놀랐던 기억도 났다. 게다가 소설에도 나오지만 고등학생 시절 세계사 과목에서 배웠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미의 기준이 시대마다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뚱뚱한 봄이를 사랑하는 봄이의 남자친구에게는 봄이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아름다움이란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봄이의 남자친구, 진하가 봄이에게 반하는 이유가 나온다. 초등학생 시절 같은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알게 된 진하와 봄이. 진하는 봄이가 누구보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모습에 감동하게 된다. 자신은 엄마가 스펙 쌓으라고 억지로 다녔는데 꼭 피아노여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모습에 감탄사를 보낸다. 진하가 대학생이 되고 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둘은 체코 프라하에서 다시 만난다. 이때에도 봄이는 프라하에서 김나지움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쌓고 친구들을 사귀며 누구보다 멋진 여고생으로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진하는 그런 봄이에게 결국 ‘사귀자’고 고백을 한다.
하지만 봄이의 친구들은 이를 믿지 않고 조롱하고 급기야 공격적인 말을 퍼붓는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밝혀지는데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다소 소름 돋는다. (꼭 읽어보시길!)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결국 봄이도, 봄이를 따돌린 친구들도, 봄이의 담임교사도 모두 피해자라고 말한다.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의 피해자. 세상에 의해 마리오네트처럼 조종받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봄이는 그런 마리오네트의 줄을 끊고 당당히 자유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학교를 박차고 말이다. 남은 봄이의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는 상상에 맡기며 이야기가 끝난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라 슬프다가도 기쁘다가도 화가 나기도 하고 온갖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며 읽었다.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준 작가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우리 모두 거대한 세상에 끌려다니면 결코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못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므로 늘 깨어있는 시각으로 나다운 삶을 살아갈 때,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진정으로 다른 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더 이상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조종당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 더불어 그럴 때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존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