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비 Mar 28. 2024

강아지에게서 발견한 신의 사랑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중

강아지에게서 발견한 신의 사랑




공지영 작가님은 길거리에서 SNS 용 돈벌이를 위해 학대와 착취를 당하고 있던 강아지를 발견하고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는 자신의 원칙도 깨고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치료하고 구해냈다. 그리고 그 일과 관련해서 자신의 심상을 적어내려간다. 


그래서 가끔 하느님이 답답했구나. 전지전능하다면서 저 나쁜 놈들에게 벼락도 내리지 않기에 나는 무력한 신이 답답했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삼갈 일이 많다는 거구나. 아기를 재운 엄마가 아무리 나쁜 놈이 와도 큰 소리로 싸우기를 주저하듯이, 함부로 움직이지도 소리 내지도 못하는 거구나. 그래서 악은 일견 시원해 보이고 사이다 같고 힘이 세 보이는 거였다. 거칠게 없지 않나. 누가 다치든 상처 입든 상관이 없을 테니. 그래서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삼가야 할 일이 많고 헤아려줄 일이 많고 그래서 많이 약해 보이는 것이었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동백이를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나는 동백이와 함께 꼬박 하룻밤을 앓았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41p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삼갈 일이 많다는 게 눈시울을 자극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마지막까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지키고자 하는 마음. 그런 공지영 작가의 마음이 하느님에 대한 이해로까지 넓어지는 것이 가슴 뭉클하게 느껴졌다. 예전에 봤던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사람들이 쏟아내는 불평과 소원으로 정신없는 신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의 악, 증오, 전쟁 등, 하느님은 다 굽어보시고 사랑하시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시겠지. 그리고 그것을 믿고 따르며 사랑과 이해와 선행으로써 세상에 아름다움을 일구어나가는 공지영 작가님이 정말 너무나 존경스럽다.



성자 프란치스코는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습니다."라고 했던 거였다. 그래서 우리가 조건 없이 무엇을 남에게 주기로 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거센 대양의 조류를 올라타는 조각배처럼 우주의 힘을 얻게 되는 것이리라.
 내가 동백이를 위하여 내 잠과 내 안락을 내어주고 뒤척임으로써 나는 아주 잠시이지만 이 세상의 이기심을 떠나 우주의 커다란 법칙 속으로 들어갔고, 어쩌면 잠시 우주와 한 맥박으로 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난날 내가 남에게 해를 끼치고 나의 이익을 고집하면서 살았을 때, 어쩌면 작은 이익 같은 것을 분명 얻고는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홀로 있는 순간 한없이 외로웠고 초라하며 무력해졌다는 것도 기억났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42-43p


나도 서른 살에 처음 강아지를 입양한 후, 갓 두 달 된 강아지와 침대에서 함께 자던 기억이 났다. 바닥에 있던 아기 강아지는 계속 깨갱 거리며 자기를 침대 위에 올려달라고 떼를 썼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결국 같은 한 침대에서 잠을 잤는데 강아지가 너무나 쑥쑥 크는 바람에 짧았던 찰나의 행복한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도 강아지와 함께 자는 순간, 먹이를 먹이고 함께 산책하는 순간은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하다. 강아지와의 눈 마주침만으로 모든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달아난다. 강아지도 나에게 이렇게 커다란 기쁨을 주는데, 나도 강아지에게 더 많은 기쁨을 주고 싶다. 또한, 공지영 작가님 말씀처럼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을 더 많이 느끼고 싶다. 이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선생님에게서도 배웠고, 토베 얀손의 무민의 한 소설에서도 읽었던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점점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기쁘다는 생각이 든다.


공동백은 그 후로도 두 번 더 어려운 주사를 이겨냈고 드디어 완치 판정을 받았으며, 지금은 너무 뛰어서 걱정인 강아지가 되었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43p

사람으로 치면 암 4기와 같은 심장사상충 4기까지 걸렸던 강아지 동백이를 극진한 사랑으로 보살펴서 완치 판정을 받고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게 해준 공지영 작가님은 정말 마음이 선하신 천사 같다. 게다가 자신의 자녀 중 유일하게 '공'씨 성이 붙었다며 '공동백'이라는 강아지 이름까지 강조하시는 게 재치만점이다. 길에서 만난 학대 받은 강아지를 구출해 내고 치료하고 사랑으로 함께 돌보며 주는 사랑의 기쁨과 하느님에 대한 이해와 깊은 신앙심까지 통찰하신 작가님처럼 나도 언젠가는 그런 유익하고 감동적인 글을 써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그러운 자연을 담은 동시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