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방과후
너 표정이 왜 그래?
미간에 힘을 안주면 울어버릴 것 같아서.
카제하야가 내 옆자리로 와준 뒤로 내 주변은 이렇게나 변하고 있다.
어, 왜 이러지. 선생님 때는 멀쩡했는데 지금은 가슴이 너무 뛰어.
제가 할게요. 그럼 저도 같이 할게요. 둘이 같이 하면 금방 끝나잖아요.
항상 고마워.
네가 소중한 계기를 만들어준 덕분에 난 오늘 하루종일 정말 즐거웠어.
우린 네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어.
카제하야 덕분에 내 자신이 변하고 있다. 넌 항상 내가 용기를 내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아.
너 정말 몰랐어? 나를 움직이게 한 것도 너 자신이었다고.
이렇게 상냥한 애들과 얘기할 수 있다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그래 그렇다면 이 녀석을 주웠을 때의 일은 우리 두 사람밖에 모른다는 얘기네. 좋아. 나도 남한테 말 안 해야지.
저 환한 미소도 따스한 말투도 항상 나한테만 향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만은 전부 내 차지야. 부디 내일도 멋진 날이 되게 해주세요.
사다코, 넌 역시 엉뚱한 애야.
넌 듣기 지겹겠지만 이 말을 하고 싶었어. 고마워.
미안해. 난 속이 너무 좁은가봐. 지금까진 나만 알고 있었던 건데 하면서 질투가 났거든. 그러니깐 이번엔 안 보여줄래. 나만 볼거야.
4화 소문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을 한 번 맛보게 되면 그 맛을 몰랐던 때를 잊어버리는 것 같아.
소문이 파다해. 걔가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고 카제하야랑 너희들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거라고.
물론이지. 남한테 도움이 되다니. 정말 기뻐.
전 제 눈으로 본 것만 믿거든요. 제가 아는 쿠로누마는 긍정적이고 좋은 애예요.
이마. 역시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이런. 못 쳐다보겠어.
요즘은 매일매일이 너무 행복해서 벅찬 가슴을 주체하기 힘들다.
여태까진 내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해 본적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내 가슴속은 새로운 감정들로 넘치고 있다. 소중히 아끼고 싶다. 난생 처음 받은 선물처럼.
근데 그 소문을 내고 있는 게 사와코라고해서.
걔 정말 못됐다. 어떻게 그런 소문을 낸대. 재수없어.
최근들어 날 피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역시 오해라는 건 쉽게 안 풀어지는 것 같아.
그래 맞아. 사다코는 뒤에서 친구 험담이나 하는 애가 아니잖아.
왜 다들 안좋은 일은 사다코를 연결시키는 거야.
그야 걔가 워낙에 독특하잖아. 남들이 씹기엔 딱 좋은 거지.
난 말이지. 우리들은 널 많이 좋아해. 사다코. 네 마음은 어때? 너도 우릴 좋아하니?
겨우 이런 몇 마디로 내 마음이 전해졌다고?
아무튼 걔가 원흉이야. 맞아. 사다코가 주변을 얼쩡거린 탓이지. 그리고 카제하야도 이대로 계속 사다코랑 엮이다간 지 평판 다 떨어뜨릴 걸.
내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다고. 내가 옆에 있으면 야노랑 치즈처럼 카제하야도 언젠가 상처입게 되는 거야?
미안해. 나 때문에 괜히 힘들게 해서.
난 이제 오해를 푸는 방법을 알고 있잖아. 못찾겠어. 소문의 근원을.
만약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긴대도 내가 널 싫어할 일은 절대 없을거야.
곁에 있고 싶은데. 피하는 게 옳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