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피하려고 애를 썼지만, 어느 날 다시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래, 네가 올라가느냐, 아니면 내가 올라가느냐, 둘 중 하나야."
호랑 애벌레는 이렇게 말하고는, 노랑 애벌레의 머리를 밟고 올라섰습니다. 노랑 애벌레가 슬프게 바라보는 눈빛에 호랑 애벌레는 그만 자신이 미워졌습니다.
"저 꼭대기......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나비들만이......"
애벌레는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높은 곳에 있는데도, 이곳은 전혀 고귀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밑바닥에서 볼 때만 대단해보였던 것입니다. 또다시 위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기 좀 봐, 기둥이 또 있어. 그리고 저기도...... 사방이 온통 기둥이야!"
"나는 너와 함께 기어 다니며 풀이나 뜯어먹는 생활을 하고 싶어."
호랑 애벌레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모든 것이 달라보였습니다. 기둥은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었습니다. 호랑 애벌레가 속삭였습니다.
"나도 그래 그러고 싶어."
그것은 위로 올라가는 일을 포기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매우 어려운 결단이었습니다.
..중략..
수많은 애벌레가 그들을 밟고 올라갔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숨이 막혀서 답답했지만, 그들은 함께 있어서 행복했고, 눈과 배가 밟히지 않도록 서로 끌어안고 커다란 공처럼 몸을 둥글게 말았습니다.
노랑 애벌레는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느니,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노랑애벌레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금세 달라지는 것 같아. 틀림없이 그 이상의 것이 있을 거야."
마침내 노랑 애벌레는 멍한 상태에 빠지더니, 그동안 정들었던 것들을 떠나, 정처없이 헤매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나비는 미래의 네 모습일 수도 있단다. 나비는 아름다운 날개로 날아다니면서, 땅과 하늘을 연결시켜 주지. 나비는 꽃에서 꿀만 빨아 마시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날라다 준단다. 나비가 없으면, 꽃들도 이 세상에서 곧 사라지게 돼."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
"날기를 간절히 원해야 돼.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하게."
..중략..
"너는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어. 우리는 모두 너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중략..
"내 속에 고치의 재료가 들어있다면, 나비의 재료도 틀림없이 들어 있을거야."
..중략..
'너는 뭔가 알고 있었지? 그렇지? 기다림이 <용기>라는 것을.'
..중략..
호랑 애벌레는 새삼 깨달았습니다. 높이 오르려는 본능을 그동안 얼마나 잘못 생각했는지. '꼭대기'에 오르려면 기어오르는 게 아니라 날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