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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l 12. 2024

카프카의 <변신>을 통해 본 인간 존재의 가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어느 날 갑자기 그레고르 잠자는 벌레로 변해버렸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보면서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 버림받은 자들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흉측한 몰골을 하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어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자들. 카프카의 소설 <변신> 속 그레고르도 원래는 성실한 영업사원이었다. 파산한 집안을 먹여 살리던 집안의 대들보 같은 가장. 그러나 벌레로 변하고 한순간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강경한 아버지와 달리 애정이 남아있는 여동생과 어머니는 처음엔 비록 놀랄지라도 챙겨주지만, 점차 마음이 식어버린다. 그리고 저 흉측한 벌레를 어서 치워버려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더는 이렇게 지낼 수는 없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깨닫지 못하고 계실지 모르지만 저는 잘 알고 있어요. 저는 이런 괴물 앞에서 그레고르라는 이름을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저것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저것을 먹여 살리면서 참고 지내는데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습니다. 우리를 조금이라도 비난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 여동생 그레타의 말

 

처음엔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며 안쓰러워하다가 저따위 벌레가 우리 가족일리 없다고 혐오한다. 이야기를 따라 읽어나가며 냉혹한 현실에 나까지 두려움이 파고들었다. 쓸모없음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능력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 언제든지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한 두려움.      


이 소설의 작가인 카프카 또한 인생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어린 시절에는 동생들이 연달아 죽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파혼을 세 번이나 겪고 폐결핵에 걸려 결국 사망했다. 이런 그의 체험에서 실존주의 작품이 탄생했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도 그레고르가 부조리한 상황에 처함으로써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실존적 위기와 고독을 겪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의 본질을 탐구하게 된다.  

    

<변신>을 읽으며 아무리 부정하고 싶고 부정하려 해도 결국 도달한 결론은 어떻게든 내 가치를 높여야 하고 경제적 능력을 갖춰야 하며 무용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신주 철학자는 <장자> 강연에서 쓸모없음에서 삶의 가치와 사랑을 발견한다고 설파했지만 바삐 돌아가는 경쟁사회에서는 지나친 이상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물론 쓸모없고 비루하더라도 아끼고 사랑해 준다면 진짜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결국 한계에 도달하지 않을까? 소설 속 그레고르 잠자의 비극적인 결말처럼 결국에는 버림받고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게 현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소설에서 깨달을 수 있는 가치는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록 그레고르 잠자처럼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 버림받은 이들, 고난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 헌신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되 한편 반대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면 누군가에게 짐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도록 늘 나를 가꾸고 건강을 유지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처럼 예기치 못한 불운이 닥칠 수도 있기에 그런 역경 속에서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 또한 함께 길러야 할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도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평생 함께할 든든한 인연 아닐까? 비록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비정한 외면으로 삶을 쓸쓸히 마감했지만 한가닥 희망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다. 실제로 뉴스에서 종종 접하기도 하니깐. 찾아보기 힘들기에 아름답게 묘사되는 기적들.    


현대사회의 비정함과 차가움을 고발하는 소설이지만, 이를 통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사랑과 헌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비록 작가인 카프카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앞으로 그의 책을 읽는 독자들은 카프카의 책을 통해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따스한 삶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고전문학이 가진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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