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비 Jul 13. 2024

회색 나라

창작 동화

회색 나라     



회색 나라는 무서운 마녀가 지배하고 있었어요. 세상은 온통 어두운 회색빛이었고, 컬러풀한 어떤 옷도 장신구도 착용하면 안 되었지요. 마녀는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 아이들의 깔깔 웃는 웃음소리도 금지했어요. 뛰어다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마녀의 성을 지나갈 때, 갓난아기를 안고 가는 부모는 아기의 울음이 새어 나올까 봐 정말 쥐 죽은 듯이 숨을 참고 조마조마한 채 지나갔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세핀의 부모가 갓난아기를 안고 마녀의 성 앞을 지나가는데 조세핀이 그만 앙앙 울음을 터뜨린 거예요. 너무 배가 고팠던 거지요. 부모는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댔어요. 그때 마녀가 나타나서 조세핀 부모에게 벌을 내리겠다고 했어요. 다시는 갓난아기를 볼 수 없다고요. 그렇게 갓난아기를 데려가 버렸어요. 조세핀 부모는 시름시름 앓다가 허기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어요.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소냐는 너무 화가 났어요. 소냐는 회색 나라에 사는 자신이 너무 싫었어요. 우연히 장미 덩굴을 지나가다 가시에 질려 붉은 피를 흘렸거든요. 그때 처음 진한 빨간색을 보았어요. 따끔하고 아프긴 했지만, 붉은색을 보고 있자니 황홀하게 넋을 잃고 말았어요. 피로 물든 장미는 더 예뻐 보였고요. 그러면서 점차 회색 나라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요. 회색 나라에서는 왜 컬러풀한 물건을 착용하면 안 되는지요.

     

하지만 회색 나라 사람들은 이런 소냐를 못마땅해 여겼어요. 무언가 무시무시한 음모를 꾸미고 있을 거라고 마녀에게 일러바쳤지요. 마녀는 노발대발 화가 나서 소냐를 잡아들였어요. 그리고 소냐를 지렁이와 벌레가 가득한 마녀 수프로 겁을 주며 겁박을 했어요. 소냐는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었지만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기지를 발휘했어요. 그건 바로 마녀의 어린 시절이 담긴 구슬을 훔치는 거였어요.     


소냐는 마녀가 잠든 틈을 타서 마녀의 서재에서 봉인해 놓은 구슬을 찾아냈어요. 그곳에는 마녀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었어요. 까르르 웃던 어린아이 시절, 예쁜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나들이를 다니던 모습, 물감으로 얼굴에 그림을 그리던 모습 하나하나가 마녀의 지금 모습 하고는 전혀 딴판이었어요. 소녀는 마녀에게 외쳤어요.    

 

“마녀님, 마녀님은 어린 시절, 다채로운 컬러풀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셨군요. 지금과는 전혀 딴판이에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지금과는 너무 달라요. 생기가 넘쳐요. 그러한 모습을 우리에게도 허락해주지 않으시겠어요?”     


마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그건 안돼.”     

“왜죠?”     

“나의 그러한 생생한 과거가 결국 우리 부모님을 죽게 했기 때문이야. 나는 회색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하지만 모두가 숨죽여 사는 세상은 무섭고 답답하고 서로 에너지만 소모해요.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네가 뭘 알아?”     


소냐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바로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였어요. 언젠가 무지개 나라에서 날아온 파랑새가 불러준 노래였어요.     

마녀는 숨죽여 울기 시작했어요.     


“너무 아름다워. 이렇게 아름다운데 나는 무엇이 그리 두려웠을까? 하지만 또 누군가가 죽게 된다면?" 


"이제 마녀님도 전과 같이 않을 거예요. 달라졌을 거예요. 용기를 내세요. 저희들이 함께 할게요."

  

마녀의 눈물이 회색나라에 떨어지자 점차 수채화가 물에 닿아 번지듯 조금씩 회색나라가 컬러풀해지기 시작했어요. 칙칙했던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했어요. 그러자 고개 숙여 겁에 떨던 회색 나라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어요.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고요. 회색 나라는 이제 무지개 나라 못지않은 생기 넘치는 컬러풀한 나라가 되었어요.




https://youtu.be/rBrd_3VMC3c?si=390G5Pjp9VARCtJ2


매거진의 이전글 통통이와 홀쭉이 - 과거는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