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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l 16. 2024

결국 모든 건 사필귀정

만화 <굿바이 미스터 블랙>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프로 한 황미나의 만화책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절친한 친구의 질투와 계략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유형수 생활을 하다 돌아온 남자가 복수에 성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구조가 영화 <벤허>와도 비슷하다. 블랙은 마리 로렌이라는 약혼녀가 있었지만, 사건에 휘말리며 그녀와 배신한 친구 모두에게 버림받고 온갖 고초를 겪는다.


이 만화에는 슬프고도 이해가 안 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은 마리 로렌은 블랙을 사랑하면서도 블랙을 지키기 위해 그를 떠나고 블랙을 함정에 빠트린 캠벨과 결혼한다. 어째서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멸족시키려 한 사람과 결혼한 걸까? 그녀는 정말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랑하는 블랙을 지키려 했던 걸까? 정말 다른 방법은 없었던 걸까? 작품 내내 어두운 분위기가 그 의문과 아픔, 절망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어 주었다.


나는 행복하고 자유롭고 모든 날이 창창하게만 느껴지던 그때, 한순간에 모든 것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나는 영문을 모른다. 누군가가 나를 엄청나게 저주했던 것만 같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닥친 걸까 죽을 것만 같은 고통에 휩싸였다. 그때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힘을 냈다. 세상에는 평탄하게만 사는 행복한 사람도 있는 반면 온갖 희로애락의 감정을 절절히 느끼며 인생의 밑바닥까지 경험하는 사람도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은 결국 복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연인, 스와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블랙은 남자고 스와니와는 실제로 위장 결혼부터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완전히 비슷하진 않지만 나도 새로운 희망을 꿈꾸었다. 블랙은 잠시 잠깐 로렌에게 흔들리지만 이미 너무 많은 아픔과 시련을 겪은 사이에 재회해서 행복하게 살기란 힘들 것 같다.


만화책에서는 결국 캠벨의 모든 음모가 드러나고 그는 미쳐버리고 블랙이 복수에 성공하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내가 가장 절망적이고 힘든 순간, 상담사님과 이 만화책을 보며 힘을 냈었다. 씻을 수 없는 과거가 간간히 나를 한없는 절망과 슬픔, 아픔으로 내몰지만, 세상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고(그게 설사 어두움을 간직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또 얼마든지 새로운 사랑을 꿈꿀 수 있으니깐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블랙과 스와니의 행복한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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