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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Jun 15. 2024

열심히 살지 않을 권리

열심히 살지 않을 권리(2018년 추석에 쓴 글)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을 보내는 특별한 방법이라? 글쓰기 선생님께서 내주신 과제, 추석을 보내는 특별한 방법.


뭐가 있을까? 머릿속에 취소된 몽골여행, 읽고 싶다고 잔뜩 사다 놓은 책들, 학급경영과 생활지도에 이용할 그림책들, 친구들과의 수다가 떠올랐다. 몽골 여행이 조금은 특별할까? 책 중에서도 그림책이라면 조금은 특별할까? 수다내용을 조금 색다르게 각색해 보면 조금 특별해질까? 이런저런 생각이 오간다.


이런 생각만 하며, 어느덧 연휴의 막바지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별로 특별히 한 일이 없다. 이렇게 4박 5일이라는 황금연휴가 간다고 생각하니 아쉽다가도, 내가 패배자가 된 기분이 들다가도, 푹 잠자고 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왜 꼭 우리는 특별해져야 하는가? 난 여기에 반기를 들고 싶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 세상이다. 나는, 좀 자랑 같지만 고등학교 때 어린 왕자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하루 300명 이상 방문자가 다녀가기도 했고, 대학 때는 공모전에 여러 번 당첨되어 무료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PMP를 얻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어쩌면 이런 것도 특별하다면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특별한 삶에는 대가가 따른다. 내 주변 사람들, 한 핏줄을 같이 한 가족 외에는 그 누구도 진정으로 나를 축하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일련의 과정들로 깨달았다. 축하는커녕 시기, 질투로 괴롭히지만 않으면 다행인 것이 특별한 인생의 대가이다. 


이라이자가 캔디를 질투하며 지독히 괴롭힌 것처럼, 소문으로만 떠도는 살리에리의 살기 어린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 카인과 아벨 이야기 등등.. 우리는 살아오면서 질투의 괴담을 많이 접해왔다. 그런데 그 괴담이 실제 내 피부로 닿을 땐 무지하게 고통스럽고 힘들다.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데 돌아온 대가는 관계의 파멸이다.


물론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도 많고 잘난 사람들도 많다는 거 너무나도 잘 안다. 스위스의 알프스산의 계곡을 바라보며 대자연의 장엄함 앞에 고개 숙이기도 했다. 사람은 한없이 겸손해져야만 하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특별하지도 않아도, 평범해도, 열심히 살지 않아도 그 자체로 다 존귀한 존재란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들가의 풀꽃처럼 그렇게 한 송이 한 송이 모두 다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차별이 없고, 서로 경쟁하고 선망하고 질투하는 흐름이 없는, 그런 세상을 꿈꿔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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