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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40대은 불혹이 아니다

by 구찌

공자는 "30이립, 40불혹, 50지천명, 60이순"이라 했고, 김승호 회장은 "30대는 종자, 40대는 흙, 50대는 꽃, 60대는 소금"이라고 표현했다. 공자의 불혹은 40대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시기라면, 김승호 회장의 흙은 40대는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나는 수익형 부동산 영업을 하면서 많은 고객들과 상담했는데, 계약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와 50대의 아줌마들이었다. '아줌마'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나이 든 여성을 넘어 독자적인 사회적 정체성을 지닌다. 결혼 전 여성들이 얌전함을 요구받았다면, 결혼과 출산 이후에는 더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역할을 맡는다. 또한, 이들은 점차 '누구의 엄마'로 불리며, 개인의 이름 대신 가족 중심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아줌마'라는 사회적 역할이 고유한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아줌마’는 가정의 경제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며, 소비 결정의 핵심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가정 내에서의 헌신을 넘어 경제적 주체로서 지역사회와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줌마'라는 정체성은 결혼과 출산을 통해 형성된 새로운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며, 전통적인 성별 구분을 넘어 그들만의 독자적인 역할과 가치를 보여준다.

특히, 부동산 투자에서 여성들이 주도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지며, 한국 사회가 전통적인 가부장적 구조에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한국 사회는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점점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가정 내에서 남성의 주도권이 약해지거나, 때로는 여성에게 양보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40대 남성들은 변화하는 가정 내 역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느끼기도 한다. 예전에는 아버지들이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베란다에서 휴식을 취하는 장면이 흔했지만, 이제는 집안의 대부분 공간이 아내와 아이들의 영역으로 변했고, 남성들은 집안에서 화장실만이 유일한 개인 공간으로 남아 있다는 농담이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의외로 많은 한국 남편들이 자신을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많은 양보와 배려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가끔 집에 일찍 들어가거나, 집안일을 돕고 요리를 하며, 담배는 집 밖에서 피우는 등의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는 그들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그 기준과 비교해 더 나은 남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인식은 종종 부부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주도권'이라는 단어는 한국 부부 사이에서 종종 가벼운 농담으로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부부 간 갈등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아이의 교육, 재테크, 생활 방식 등과 관련해 부부는 서로 주도권을 가지려 하며, 자신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정 내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얻기 위한 다툼으로 이어지며, 결국 관계에 긴장을 더하고 큰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

특히 아이 교육과 재테크는 한국 가정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 요소로 작용하는데, 한국은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금융 문맹국으로 분류될 정도로 금융 지식이 부족하다. 10대 시절 대부분의 학생이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기 때문에, 경제적 사고력이나 금융 이해도를 키울 기회가 거의 없으며, 이는 성인이 된 후 가정에서 재테크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부부 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주식이 유행처럼 번지며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주식과 코인 투자에 뛰어들면서 재테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주식시장의 하락이 이어지면서, 다시 "주식해서 돈 번 사람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위험을 감수하는 재테크보다는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사실 이런 결과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재테크를 제대로 이해하고 주식을 공부한 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관계주의 문화답게 지인의 정보에 의존해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다. 한국에서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많은 경우 직접 발품을 팔거나 공부하기보다는 지인이 추천하는 투자 정보나 '알짜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투자 방식은 개인의 독립적인 판단 능력을 저해하고, 리스크 관리 능력을 떨어뜨려 더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에 의존해 투자를 하다 보니 실패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주식해서 돈 번 사람은 없다"는 인식이 반복되며 악순환이 계속된다.

나는 가끔 한국인이 금융에 대한 조기교육을 제대로 받는다면, 유대인처럼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리드 민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인과 유대인은 어느 나라에 던져 놓아도 자기 밥그릇은 챙긴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과 유대인을 동시에 같은 외국에 던져 놓으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짧은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다.

어느 날, 유대인과 한국인이 채소 시장에서 장사를 하게 되었다. 채소는 주로 아침 일찍 팔리기 때문에, 누가 더 일찍 나와 좋은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두 사람은 경쟁 관계였고, 유대인이 7시에 나오면 한국인은 6시 30분에, 유대인이 6시에 나오면 한국인은 5시 30분에 나오는 식으로 점점 시간을 앞당기며 경쟁했다.

그런데 결국 유대인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그 이유는 한국인이 아예 그 자리를 차지하고 밤새워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한국인의 근성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국뽕이 섞인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면이 있다.

사실, 한국인과 유대인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두 민족은 비슷한 역사적 아픔을 겪었으며, 생존력이 강하고, 높은 지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부지런하게 살아간다. 심지어 종교적 배경에서도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 방식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유대인들이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금융 산업에서의 성공이다.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은 오랜 기간 동안 특정 직업군, 특히 금융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다. 중세 유럽에서 유대인들은 토지 소유가 금지되었고, 금융업과 같은 특정한 분야에 종사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 지식과 네트워크가 유대인 사회에 축적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글로벌 금융계에서의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유대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녀들에게 경제 교육을 강조하며, 돈과 자산 관리에 대한 개념을 배우게 했다. 유대인들의 전통적인 성인식인 바르 미츠바(남성)와 바트 미츠바(여성)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많은 유대인 가정에서는 자녀에게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며, 친척과 가족들로부터 사업 자금이나 투자금이 선물로 주어진다. 이를 통해 자녀들은 실질적인 자산 관리를 경험하게 되고, 경제적 독립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체득하게 된다.

유대인들이 금융업을 기반으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성취를 넘어, 그들의 전반적인 학문적 성취와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네이션"으로 불릴 만큼 기술 혁신과 창업에서 성과를 내고, 법률, 예술, 과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유대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노벨상 수상자 중 유대인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그들의 학문적 깊이를 잘 증명한다.

나는 한국인들도 유대인처럼 이러한 잠재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으며, 경제와 금융에 대한 조기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세계적인 무대에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금융 교육은 단순히 돈을 다루는 기술을 넘어, 자산 관리, 투자, 경제 구조의 이해 등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중요한 요소다

이는 단순히 경제 성장에 그치지 않고, 금융 지식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발전을 의미한다. 금융과 경제에 대한 조기 교육이 사회 전반에 장려된다면, 한국인들의 경제적 사고와 미래 대비 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많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과 재테크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자녀에게 경제적 안정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재테크에 도전하지만, 정작 부모들 스스로 경제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서 실패를 경험하며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이러한 상황은 자녀 교육을 넘어 가정불화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사실상 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교육자라는 점에서, 돈에 대한 접근 방식과 재테크에 대한 태도가 처음부터 잘못 설정된 부모가 과연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이 경제와 금융에 대한 조기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미국과 한국의 재테크 방식을 비교하면, 두 나라의 투자 성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볼 수 있다. 미국인들은 장기적인 투자에 대한 신뢰가 높고, 주식이나 부동산을 오랜 기간 보유하며 자산을 꾸준히 늘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리스크 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아, 단기적인 변동성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는 습관을 길렀다. 주식 투자를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재정 안정과 노후 대비를 위한 필수적인 활동으로 여기며, 이는 한국인이 연금을 붓는 것과 유사하다.

반면, 한국인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한다. 빠르게 수익을 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며, 특히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한 번의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급한 태도는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으며, 투자 실패가 곧 삶의 실패로 여겨지기도 한다.

결국, 재테크에 대한 미국인과 한국인의 접근 차이는 그들의 삶의 태도와 행복에 대한 인식에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미국인들은 재테크를 장기적인 안정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꾸준한 성장을 중시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단기적인 성공과 성과에 집중해 재테크 자체를 삶의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재테크 실패가 한국인들에게 더 큰 정신적 충격을 주며, 이는 결국 삶의 행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주제가 돈이라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다. 주택 문제, 자녀 교육비, 노후 준비 등 경제적 불안이 한국인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테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지식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재테크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분명 한국인의 성실성과 결합해 더 나은 경제적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재테크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물론 빠른 수익을 목표로 하는 재테크 방법도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높은 위험을 수반하며, 일반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장기적인 안목을 잃게 만들고 오히려 지속 가능한 행복을 놓칠 위험이 있다. 재테크든 행복이든 단기적 이익보다는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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