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접어들면 권고 퇴직이나 정년퇴직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노후 준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과거처럼 평생직장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언제 퇴직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젊은 시절에는 직장 생활과 자녀 교육에 집중하느라 노후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을 수 있지만, 이제 은퇴 후의 삶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진지한 계획이 필요하다.
이 시기 많은 사람들은 퇴직금과 모아둔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식당이나 카페를 창업하거나, 부동산 투자로 월세 수익을 얻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식당이나 카페 창업은 높은 진입 장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하기가 어렵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외식업 창업 후 3년 내 폐업률이 약 70%에 달하는 만큼, 이 업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경험이 필수적이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큰 리스크가 따른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 또한 신중해야 한다. 공실이 생길 경우 매달 융자금, 관리비 등의 고정 비용을 감당해야 하며, 이는 큰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피스텔이나 빌라와 같은 소형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금이 적어 부담이 덜할 수 있지만, 상가 투자의 경우 초기 자본이 많이 들고 공실이 발생하면 유지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상가는 경제 상황이나 지역 상권의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무턱대고 투자했다가는 '돈 먹는 애물단지'가 될 위험이 있다.
아파트 투자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이 있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전세금을 담보로 갭투기를 시도하곤 한다. 갭투기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를 이용해 적은 자본으로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투자 방식인데, 이는 부동산 시장이 상승할 때는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하락세로 전환되면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갭투자자들은 매매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고, 이는 결국 경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실, 퇴직금을 포함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신중한 계획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업이든 투자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또는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모른다면 최소한 충분한 공부와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빠른 수익을 기대하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다 실패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투자는 개인의 재정 상태와 목표를 기반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남들이 하는 투자나 사업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위험을 높일 뿐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보다 늦었다는 조급함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투자에 나서면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자신의 판단보다는 주변의 조언이나 영업사원의 유혹에 휘둘리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나는 한때 수익형 부동산 업계에 종사 했기 때문에, 특히 50대 고객들의 심리와 그들이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지를 잘 알고 있다. 놀라운 점은 많은 한국인들이 부동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흔히 지인의 추천이나 모델하우스 영업사원의 말을 듣고 투자 결정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절대 속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50대에 돈이 있고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델하우스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들은 이미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이 많은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감정을 교묘하게 자극하며, 세련된 모델하우스와 '프리미엄' 가치라는 그럴싸한 설명으로 고객이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영업사원들은 홈쇼핑에서 흔히 사용하는 마감 스킬과 부동산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해, 고객이 청약금이나 계약금을 내도록 유도한다. 고객은 집에 돌아가서야 후회하며 환불을 고민하지만, 다시 모델하우스에 가면 같은 전략에 쉽게 말려들곤 한다. 심지어 처음에는 한 채로 시작한 투자가 두 채, 세 채로 확대되기도 한다.
부동산 영업에서는 큰 금액이 오가는 만큼, 세밀하고 정교한 영업 기술이 필수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부동산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부동산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부동산 영업인들이 부동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는 은행 직원들이 다양한 펀드 상품을 판매할 때와 유사하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에는 약 1만 개 이상의 펀드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들 중 주식형, 채권형, 부동산형 등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하지만 이를 판매하는 직원들이 각 펀드의 세부적인 운용 방식이나 위험성을 모두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주어진 목표와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객에게 펀드를 추천할 뿐이다.
부동산 영업 역시 이와 비슷하다. 영업사원들은 부동산 전문가라기보다는, 부동산 판매를 위한 영업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객에게 해당 부동산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전문성을 연기하거나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여 신뢰를 이끌어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동산에 대한 깊은 지식이 아니라, 고객에게 신뢰할 만한 전문가로 보이는 능력이다. 서울 수도권에는 수없이 많은 부동산 매물이 있지만, 영업사원이 각 물건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 그들은 자신이 판매하는 물건이 가장 적합하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설득에 집중한다.
나는 그 업계에서 일하며 대행사 대표님과 함께 직원 80명 규모까지 회사를 성장시켰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했다. 그 경험을 통해 이 업계에 얼마나 양심 없는 사기꾼들이 많은지 뼈저리게 느꼈다. 솔직히 말해, 이곳에서는 정직함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현실이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일하면서 사람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결국 일을 그만둔 후에는 그 업계 사람들만 봐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거부감이 들었다. 사실 나처럼 이 업계에서 환멸을 느끼고 떠난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부동산 업계 사람들은 당신이 돈을 얼마나 어렵게 벌었는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당신이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대출을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수수료와 수당을 챙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잘못된 투자로 인해 빚더미에 앉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부동산 투자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하고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 돈을 쉽게 벌고 싶어 하며, 지인이나 친구의 말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남편이나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투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는 관계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지인의 추천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면, 부동산 영업사원들은 지인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이런 연쇄적이고 반복되는 추천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된다. 문제는, 지인들조차 영업사원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고 추천을 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지인도 현혹 당한 것이지만 말이다. 당신은 이러한 구조를 알고도 여전히 지인의 추천을 믿고 부동산에 투자할 것인가?
이러한 부동산 추천 방식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정보나 분석 없이 지인의 말만 믿고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나이 50에, 친구도 잃고, 돈까지 잃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요즘은 이런 경향이 많이 줄었지만, 한국의 관계주의 문화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작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다르다. 흔히 "부동산은 투자, 주식은 투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동산은 안정적이고 믿을 만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반면, 주식은 위험하고 불확실한 것으로 인식된다. 연예인 부동산 자산 순위는 뉴스에 자주 등장하지만, 주식 부자에 대한 기사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특히, 한국의 연예인 주식 부자들은 대개 회사의 오너나 임원으로, 직접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기보다는 소속된 회사가 한류 열풍으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식 부자로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동산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적극적인 투자 대상으로 여겨진다. 일반인들이 부동산에 집착하는 것처럼, 연예인들 역시 부동산 투자를 선호한다. '건물주 연예인'이나 '비싼 아파트에 사는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은 한국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자주 언급된다. 이러한 타이틀은 연예인의 성공을 보여주는 지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때로는 다소 저급하거나 유치하다는 인상을 줄 때도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자산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연예인들 또한 그 영향을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세'라는 주거 형태는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제도다. 이를 영어로 번역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그저 'jeonse'라고 그대로 사용한다. 전세는 한국 특유의 주거 문화를 반영하는 한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를 따라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실제로는 한국만의 독특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먼저, 한국에서는 주택 소유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집을 소유하지 못한 채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은 경제적으로 한국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대규모 주택 건설과 주택 소유를 장려하는 정책의 결과이다.
반면, 일본은 경제적으로 한국보다 부유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주택 소유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 일본에서는 월세로 사는 것이 일반적이며,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 이는 일본의 주택 시장이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구조적인 특징에 기인한다. 또한, 일본 사회는 주택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주변국과 달리 주택 소유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매우 강하다. 특히 50대가 부동산 때문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이 같은 압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집을 소유하는 것이 단순한 자산 축적의 수단을 넘어 사회적 지위와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압박은 자녀 교육비, 주택 대출 상환, 노후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 50대에게 큰 부담이 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주택 가격과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증가율은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중산층조차 집을 소유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로 인해 50대가 주택을 통해 안정된 노후를 계획하는 것조차 어려워지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압박이 커진다.
부동산 문제는 경제적 부담을 넘어 가정 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가계 재정이 압박을 받게 되면, 이는 부부 간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50대가 부동산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일상생활의 질이 떨어지고, 자녀 독립 문제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문제는 더욱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젠 한국인들도 부동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부동산은 오랜 세월 동안 안정적인 자산으로 여겨져 왔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삶의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간과해왔다.
소크라테스는 "행복의 비밀은 더 많이 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것에서 만족을 찾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더라도 결코 만족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 말은 오늘날 한국인들이 부동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는 집을 소유하는 것이 곧 행복의 전제 조건처럼 여겨지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집착이 사람들을 오히려 행복에서 멀어지게 한다.
사실, 수도권에서 집을 소유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시골이나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저렴한 주택들이 많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 지방 도시에서는 빈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주택을 소유하지 않아도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 과연, 평생을 걸쳐 한 채의 집을 소유하기 위해 건강을 희생하고, 행복을 뒤로 미루는 것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일까?
집을 소유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질과 정서적 만족이다. 집 소유가 아닌, 삶의 질과 정서적 만족에 더 집중할 때, 행복은 부동산과 무관하게 찾아올 수 있다. 행복은 결국 소유의 양이 아닌, 감사함의 깊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것을 가졌더라도 그것에 대한 감사를 느끼지 못하면 행복은 멀어지지만, 반대로 적은 것을 소유하더라도 그 안에서 진정한 감사를 느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충분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