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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니 Jun 30. 2023

삶 (나는 무엇인가?)

자아의 본질

주체를 나로, 객체를 세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의식과 인식의 문제다 세계란 색이고 빛이다 광자는 파장의 형태로 구분될 뿐 색을 갖지 않는다 빛과 광자는 다르다 빛은 서구철학에서는 현상, 고대인도에서는 마야, 불교에서는 색이라고 한다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주체와 객체의 문제다 주체와 객체의 서로 다른 관점이 수많은 철학으로 파생된 것 같다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현상일까? 그것이 문제로다



질문은 숙제가 아니라 열쇠다 우리는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질문하거나, 질문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 채 질문한다 질문이 오래될수록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나는 누구인가" 대신 자아의 본질에 대한 것이라면 "나는 무엇인가"로 바꿔 질문해야 한다 "나는 무엇인가"는 "나는 누구인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나는 무엇인가? 나의 정체성은 내가 놓인 환경에서 끊임없이 진화한 산물이다 DNA도 의식 자체도 전체적인 정체성을 대변할 수 없다 인식의 변화에 따라 정체성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최초의 의식이 탄생되었을 때 존재 이유를 물었을 것이다 그렇게 답을 알 수 없는 최초의 의식이 무수히 많은 의식으로 분화되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 결과가 나다 나는 이 거대한 의식의 한 부분이고 그 속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는 나를 위해 사는 존재이자 모두를 위해 사는 존재이다



단순한 연필하나에는 전 세계 수천 명의 일손이 필요한 작업이 들어가 있다 옷을 비롯해 인간이 만든 모든 물건이 그렇다 마치 서버가 물리적으로 흩어져 있지만 함께 작동해 하나의 통일된 경험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낸 것과 같다 나의 하나는 다른 여러 명에 너무나도 많이 의존한다



매일 약 12억대의 자동차, 60만 척의 배, 6000대 이상의 여객기와 200만 명이 41000개의 공항사의 하늘을 날고 있고 13000개 이상의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힌두교는 "모든 것을 나로 보는 사람과 모든 것에서 나를 보는 사람은 무에서 벗어난다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자신이며 물아일체를 아는 사람에게 고통과 환상이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기독교 문헌에도 "내가 신을 보는 눈은 신이 나를 보는 눈과 같다 하나의 시선이며 하나의 지식이고 하나의 사랑이다" 두 종교는 각각 선과 명상으로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을 설명한다



나의 정체성은 나에 대한 타인의 인식을 반영한다 내가 다양한 사회적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다양한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나를 만든 것은 내 주변의 모든 사람과 사물이다 나와 연결된 모든 관계는 각자 다른 나의 정체성인 셈이다



나는 자연이다 나는 인류의 조상 유인원이다 내가 세상 안에 있고 세상이 내 안에 있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나는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고독해지고 사유를 한다



만약 우리가 정말 긴밀히 연결되어 되어 있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우리를 위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해진다 그리고 그전에 이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고 훈련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은 다양할 것이고 그 시작은 작을 수 있다 남에게 가벼운 친절로부터, 혹은 자신에게 베푼 친절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고 그 시작은 분명한 영향력이 있으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나에게 분명 난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관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이고 나아가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런 난관은 새로운 나의 가능성을 만들고 새로운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할 것이다 난관은 내 인생에서 아무것도 빼앗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난관이 나의 인생을 만든다 누구나 어릴 적부터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했다 나의 인생은 그때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성공적인 나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성공은 과정처럼 긴 것이지 결과처럼 짧은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상실과 고통과, 그 속에서 기어코 피어나는 작은 행복과 사랑 속에서 나는 삼각형 사각형을 얻을 것이고, 마침내 인생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삶이라는 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별 모양 지식을 얻는 방법은 별모양 지식에 관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삼각형, 사각형, 원에 관한 지식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야 비로소 별을 만들 수가 있다 모든 지식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아닌 것 들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그래야 지식이 통찰로 연결될 것이고 그것은 인생이나 성공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진짜가 보인다



나에게 진짜 성공은 무엇인가? 진짜 성공은 세상의 기준으로 해석할 수 없고  성공이란 각자 자신에게 맞춰서 해석해야 한다 성공의 정의를 넓히고 성공의 척도를 나에게서 우리의 것으로 바꾸면 나의 성공이 아닌 우리의 성공이 된다


성공은 남의 시선이 아닌 나의 기준이 성공인 것이다 세상에 각 분야들의 성공이 있다고 인식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성공이 있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나에게 진짜 성공은 나의 것이인 동시에 우리의 것이 여야만 한다



성공은 일종의 상승욕구일까? 인간은 상승 욕구를 갈망하도록 타고났지만 관계를 갈망하는 마음은 더욱 강하다


한 실험에서 대화가 없는 환경에서 자란 아기는 전부 죽었다 아기들은 생존하기 위해 의사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 젖과잠으로는 충분치 않다 의사소통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다


누군가에게 이기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다​​ 성공은 스스로 정의해야 하고 정의한 방식에 따라 매일매일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나는 나와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요소에 변화하기에 고정된 자아나 하나의 정체성이란 존재할 수 없고, 나는 수많은 무엇과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어떤 관계로만 나의 지금 상태를 대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이런 관계의 원리에 기반하여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인생에서 성공하면 행복할까 아니면 행복하면 성공한 인생일까? 답을 알기 위해서는 성공과 행복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행복은 욕구와 관계의 만족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구란 끝이 없고 끝이 없는 관계란 없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될 수가 없다


성공하기 위해 행복이 필요하지만 행복하기 위해 꼭 성공할 필요는 없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자체가 행복이기 때문이다 성공은 행복을 포함한다 혼자서 하는 성공은 작은 성공이다 큰 성공은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는 것이고 선한 영향력의 파장 같은 것이다 성공은 수많은 사람 위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수많은 사람들의 계단이 되어줘야 하는 것이다


성공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고 작은 봉사는 누구든 할 수 있기에 어떻게 보면 성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성공은 일종의 마음가짐인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 상태가 되기 위해서 나는 인생의 대부분 시간을 쓸 것이다 나에게 인생도 성공도 결국은 태도라는 두 글자로 결론 지을 수 있다



결국 나는 나의 정체성, 나의 행복, 나의 성공, 나의 인생, 나의 존재이유에 대해 답을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다 답을 쉽게 내리는 것이 위험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다양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죽이기 때문이다



누가 나에게 자기는 신을 믿는다고 말한다면 그저 마치 "전자"인 내가 장담한 건데 나는 "분자"가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다거나, 또 누가 자기는 무신론자라고 말한다면 "전자"인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보다 높은 차원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게 확실하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인간을 넘어 우주 역시 훨씬 큰 무언가에 포함된 것을 알게 된다면 전자인 우리는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인간은 그런 존재에 대해 러시아 인형처럼 무한한 복잡성을 감지하고 아찔함과 현기증을 느끼며 신이라는 개념을 통해 안도감을 얻지 않았을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의 존재 여부를 떠나 우리보다 높은 차원이 있다는 것을 믿고 높은 차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적어도 한 가지 답에 이르게 된 것이 있다면 이런 질문을 하는 과정은 내가 찾으려고 하는 답과는 앞뒤순서가 없다는 것이다 과정 속에 이미 답이 포함될 수도 있고 답은 그저 과정의 시작일수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온몸으로 온 정신으로 온 영혼으로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내는 것뿐이다



나는 이런 태도에 의해 이 세상이 내가 꿈꾸는 세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많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제대로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 세상은 나로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변화하면 이미 세상이 변화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때 나는 이런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끌어들이면 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아니면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나에게 별로 어렵지 않은 질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아무래도 미래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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