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틈과 경계

봄날

by 틈과경계

황량한 날들을 뚫고

새살 내주어 고맙다

나 여기 이렇게 있어요

그리 말해주어 고맙다

아직은 퇴락의 흔적을 벗어나지 못한

그 헝클어진 머리

가지런히 귀 뒤로 넘기고

나 다시 시작할게요

말해줘서 고맙다

깃털처럼 가벼운 구름을 달고

엉클러진 마음을 뚫고

다시 시작해요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맙다

질기고 두꺼운 껍질을 뚫고

여린 살갗을 내어준

여물지 않은 그 마음이 고맙다

하늘로 뻗대며 돌아선

그 어색한 몸통에

연두와 초록을 단장하는

그 마음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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