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 웬디와 루시>
< 웬디와 루시>는 주인공 웬디가 루시라는 개와 함께 알라스카를 떠나는 이야기다. 그가 길 위에서 만나는 사건들을 통해 구조화된 시스템이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가를 묻는 영화다.
차는 고장나고 돈은 점점 바닥나고 반려견 루시는 사라진다. 덤덤하다 못해 드라이하게 진행되는 웬디의 동선을 따라가다보면 정작 그를 보호하고 생존하게 할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사실과 만나게 된다.
웬디가 루시를 위해 개 사료를 훔치려다가 점원에게 들키는 장면은 ‘범죄화된 빈곤’의 전형을 보여준다. 노숙자들의 생존과 연관된 범죄에 대해 단호한 단속·퇴거·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세상은 정말 정의롭고 안전한 세상일까?
결정적으로 루시는 보호시설에 보호를 받지만, 웬디는 보호받지 못한다. 영화는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약자의 이야기를 아주 건조하게 다룬다.
감독은 배경음 없이 절제된 카메라 촬영 기법을 통해 관객에게 감정 판단을 유보하고 구조적인 현실을 응시하게 만든다. 웬디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질문을 하게 만든다. “어떤 조건에서 인간은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라이히하르트(Kelly Reichardt) 감독의 영화 《Wendy and Lucy》(2008)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작동하는 ‘보호’의 범주와 그 정치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웬디는 이제 어떤 곳을 가더라도 범죄자의 이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누가 보호받고, 누가 버려지는가”라는 질문은 영화를 너머에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강렬한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