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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과경계 May 28. 2024

유튜브의 시대

뉴스와 유튜브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 서문에서 헤겔의 말로 오늘날 뉴스의 위상을 언급했다. 과거 종교의 위치를 오늘날 뉴스가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는 다수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보다는 지극히 이례적인 사건과 사고를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공포심과 분노를 느끼게 만든다고 말이다.      


뉴스가 우리에게 전해야 하는 진실은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이 복잡한 관계망 속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전망이다. 그러나 뉴스는 거대 권력을 가진 정부가 우리 사회가 처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침묵한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현실을 여러 가지 목적으로 가공하며 전달해 왔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사건을 거치면서 언론이 전달하는 뉴스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가를 경험했다. 이태원 참사 역시 마찬가지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권력과 특권층을 엄호하는 일방적인 시각에서 피해자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행태를 자행했다. 뉴스는 권력자가 만든 프레임을 온종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세상을 왜곡한다.      


뉴스가 잘못된 정보를 주입한 결과, 편견과 왜곡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걸 다시금 각성하게 한 것은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읽고 나서다. 그는 이 책에서 저명한 지도자, 전문가 집단에서부터 평범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 얼마다 잘못된 것인가를 짚어낸다. 수많은 이들은 세상은 살기 힘들고 어려우며 여전히 헤어날 수 없는 질곡에 있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입증한다.     


오늘도 24시간 사건, 사고, 정보가 흐른다. 24시간 뉴스가 없었던 시절이 오히려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피터 버크는 <지식은 어떻게 탄생하여 진화하는가>에서 정보가 날 것이라면 지식은 익힌 것 혹은 가공한 것이라고 했다. 일상의 영역에서 비교하고 분류하며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정보는 지식의 체계로 진입하게 된다고 말한다.      


넘쳐나는 정보를 비교하고 분류하고 검증하면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갈무리하고 그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일은 지식인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중은 지식인을 신뢰했고 그 검증의 과정은 인내하며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유튜브의 등장으로 이러한 흐름은 변곡점을 지나 역전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지식인의 검증된 말이나 글보다는 심리적 동조와 정서적 공의 말들, 믿고 싶고 싶은 말을 전하는 스피커들에게 매혹된 지 오래다.     


종교의 자리에 서서 신의 역할을 했던 뉴스의 자리에 유튜브라는 뉴미디가 올라섰다. 듣거나 읽고 판단하고, 분석하고 종합하는 일보다는 위로하고 안심하게 하거나 위기감을 주고 욕망을 자극하는 말들에 매료되는 일이 일상이다. 새로운 신화의 세계가 시작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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