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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재건 Dec 25. 2019

[가능하면 1일 1시] 가난의 목록

이번에도 내가 감추니.


한겨울에 냉수로 몸을 씻어도 거울에 김 서린다. 온수도 안 나오는 집서 발 동동 굴러가며 씻어봐 안다. 고만고만한 놈들끼리 걔 중 더 꾀죄죄한 놈 있으면 못 사는 놈이라고 손가락질 하던 시절이라 추워도 했다. 한겨울에 냉수로 몸 씻는 일이야 겨울만 나면 지나는데 못 사는 놈 손가락질은 해 넘어도 끝나지를 않아서 발발발 떨면서도 그게 부는 칼바람보다 매워 씻었다. 인제 생각하니 밖서 안 놀았는데 감기 걸려서 온 놈이나 교실에 오자마자 난로 옆서 발발발 했던 놈들도 다 그랬던 것 같다. 내색하지 않았으나 그랬던 것 같다.

요즘은 사는 집, 부모 월급 가지고 월거지, 전거지, 이백충, 삼백충 한다는데
이런 건 어떻게 감추니.

이것도 내가 감추니.

- 가난의 목록

#19.11.20
#가능하면 1일 1시
#이번에도 내가 감추니.


작가의 말
: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잘 사니 못 사니 나눠서 손가락질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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