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며

시간, 그 붙잡지 못할 것에 대해서

by 쟝이

가장 지루한 시각 오후 4시.


잘만 흘러가던 시간이 2배로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은 때다. 늘 같은 사무실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뚫어져라 쳐다보던 모니터에서 잠시 창밖으로 눈을 돌려도 다 비슷한 풍경들이다.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퇴근시간이 간절해지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분침은 야속하게도 느리게만 흘러가는 것 같다.



누군가는 흘러가는 시간을 '화살을 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는 살을 당길때와 같이 상대적으로 시간이 천천히 가지만, 나이가 들고 어느 순간 그 살을 손에서 놓았을 때, 날아가는 속도처럼 시간이 빨리 간다는 비유이다.


또 누군가는 시간이 가는 것을 '속력'과 같다고 말한다. 내 나이숫자에 뒤에 km/h을 붙여 흘러가는 시간이 그만큼의 속력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나이가 먹을수록,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시간이 빨리간다고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사람마다 상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 부모님과 안부문자를 주고받던 중, 아버지가 "세월이 로켓같다"라는 표현을 하셨다. 그 누구든 지나온 세월들을 뒤돌아보면 '벌써 이렇게 흘렀어?' 라는 생각과 함께 순간 시간이라는 누구도 잡지못할 것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낀다. 누군가는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추억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불분명하지만 또 다시 다가올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이따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앞에서 세월타령을 하면, '너도 금방이야'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옛날에는 그저 부러워서, 혹은 장난섞어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정말 그래버릴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정말 그렇게 시간이 금방 가버릴까봐. 언젠가는 젊음이라는 것을 반납해야 할 때가 올까봐 두렵기도 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면 시간이 천천히, 내 젊음이 천천히 가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퇴근시간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말했던 나와 상반된 또 다른 마음.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품는 내가 참 이중적이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 시간은 지루하니까 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그저 내가 원하는대로 세상이 돌아가길 바라는 어리광에 불과한 것 같다.



사실 이 시간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었던 간절한 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애태우고 피말리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는 놓치고싶지 않은 순간, 평생을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리라. 나에게는 빠르게 흘러갔으면 하는 의미없던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의미가 있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고, 그걸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주어진 시간들을 가치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그 속도가 느껴지는 것은 상대적이듯이, 단 몇 시간 또는 몇 분이라도 주어진 시간이 소중하다고 느낀다면 매일매일 고통속에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