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른 교사들보다 주도권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느끼는 편입니다.
주도권에 미세한 틈이 생겼을 때, 다른 교사들은 어쩌면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며 넘길 수 있는 일일텐데
저는 크게 심각한 일이라 느끼며 이를 빠르게 바로잡을려고 애씁니다.
그 주도권이란 '교사가 뭔가 하자했을 때 애들이 불만 없이 따라오는가'이며
불만이 없는 정도로만 따라오는건 당연히 부족하게 느끼며
매우 열정적이며 긍정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내가 바라는 기준 선입니다.
오늘 5~6교시에 있었던 일입니다.
지난 주에 자율독서 시간을 가졌고 후속활동으로 독서신문만들기를 계획했으나
시간이 없어 좀 미루게 되었으며 한 주가 훌쩍 지난 오늘에서야
독서신문 만들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독서신문만들기를 얘기했을 때부터
뭔가 애들의 반응이 미지근하고 느릿느릿한 그런 기운이 느껴졌고
이때부터 한 소리를 해야하나 약간 예민한 기분으로 학생들을 지켜봤습니다.
5교시가 끝나고 6교시가 시작될 무렵, 맨 뒤에 앉은 OO이가 저에게 들릴 정도로
"아~하기 싫다. 하기 싫다. 하기 싫다" 3번을 말했고
이전부터 뭔가 예민해진 저는 주도권의 틈이 벌어졌다고 본능적으로 판단하며
전체 멘트를 아래와 같이 내질렀습니다.
"선생님도 어릴 때 공부하는 것이 싫었고 하기 싫다고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이를 선생님이 들리게 하진 않았습니다.
그건 앞에서 매일매일 수업하셔야 되는 선생님에 대한 예의도 아니며
선생님 힘 빠지게 해서 내가 얻는 게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잃는게 더 많을 뿐.
게.다.가 공부는 하고 싶든 하기 싫든 당연히 해야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 하기 싫다라고 선생님 들리게 말하는 것은 선생님의 사기를 굉장히 떨어트리는 일입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도 알겠지만 매일 매일의 수많은 수업을 최대한 즐겁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외에도 놀이시간이나 깜짝 체육 등의 시간도 만들어주며 여려분들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이때 여러분들이 다소 재미없는 활동을 한다 해도 긍정적으로 열심히 참여해주면
선생님은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최대한 여러분들을 배려하는 시간을 주는 성향입니다만
지금처럼 마음에 안드는 활동을 한다고 '하기 싫다' 소리하며 선생님 사기를 떨어트리면
선생님은 괜히 지금까지 여러분들을 배려했다는 생각을 하며 더 배려할 마음이 떨어집니다.
결국 누가 손해죠? 선생님 사기를 떨어트리면 손해보는건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이 멘트 이후 분위기는 싸해졌고 애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만족하지 않고 "하기 싫다"라고 말한 OO이를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선생님은 너 혼낼려고 부른거 아니니 긴장하지말고 편하게 얘기해라.
(매우 차분하게)선생님은 OO이가 평소 수업 때 리액션도 잘해주고 긍정적으로 참여해주는 경우가 많으며
워낙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기 때문에 매우 좋아하며 고맙게 생각한다.
게다가 그런 OO이를 많은 친구들이 따르고 있다. OO이가 1학기 때 회장을 한 것도 그 증거다.
그런데 방금처럼 너가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물론 너 혼자 한 말이지만 그 분위기가 다른 애들에게 전파될까봐 선생님은 걱정된다. 그만큼 너가 똑똑하고 리더쉽이 있기 때문이다. 이해하겠니?
혹시 선생님이나 우리 반에 불만이 있으면 정말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선생님은 너가 말하는 것이라면 고쳐줄 수 있다. 그만큼 너가 중요한 역할이고 평소 OO이를 선생님은 믿는다. 솔직하게 어떤게 있니?"
"없어요."
"(손을 잡고)지~~~~~~~인짜 솔직하게"
"정말..없어요"
"좋아. 그럼 OO이가 부정적으로 얘기할 때 애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그런 부분이 선생님은 걱정이 되니
앞으론 조심할 수 있겠어?"
"네"
"그리고 때론 하기 싫은 활동도 OO이가 더 긍정적으로 말해주면 애들도 따라올거고
선생님은 그런 OO이에게 너무 고마울 것 같아. 그렇게 해줄 수 있겠어?"
"네"
"오키 들어가자."
저희 반 학생들이 평소 수업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독서신문도 모두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만
독서신문을 하자 했을 때 조금은 느릿느릿한 반응, 그리고 한 학생의 하기 싫다는
부정적 혼잣말 한마디만으로도 저는 주도권의 틈이 미세하게 벌어짐을 예민하게 느꼈고
위와 같이 확실하게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여기서 끝낸 것이 아니라 집에 가기 전에 한 번 더
'선생님이 무엇인가 하자할 땐 무조건 긍정적으로 열심히 하는 반응을 보여야 한다' 고 강조하고 보냈습니다.
제가 분리해야하는 부분에선 이렇게까지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지도를 하지 않고 때론 흐린 눈도 잘하는 편이지만 주도권과 관련 있는 부분에선 약간의 틈도 넘어가지 않고 철저하게 지도를 함으로써
늘 선생님이 하자 하는 것을 확실히 따르는 교실을 만드는게 저의 본능임을 느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