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쉼을 찾는다면
빌딩들로 가득 찬 강남을 지나 논현동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익숙지 않은 풍경이 등장한다. 왠지 있으면 안 될 곳에 있는 듯 낯선, 온실 속 식물원 같은 이국적인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필자의 고정관념일지 모르겠지만, 경험상 이런 공간은 대체로 경기도 외곽으로 나가야 만날 수 있었다. 암튼, 논현역과 학동역의 경계쯤에서 학동공원을 등지며 따스한 공기를 내뿜는 이곳은 수목금토 카페다.
이곳은 브랜딩과 디자인컨설팅을 주로 하는 (주)크리에이티브크리에이터가 만든 공간으로 수목금토 카페와 더불어 목공방, 스튜디오, 아카데미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목공소 입구를 카페 입구로 착각할 수 있으니 잘 보고 들어가길 바란다. 필자는 입구를 착각해 목공방에 한 번 들렀다.
다들 어린 시절 식물원에 놀러 가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의 집 뒷산에는 군부대가 하나 있는데 그 철책 뒤로 돌아 친구들과 필자만의 비밀 통로를 지나면 공원 내 식물원 정문으로 나온다. 대공원에 참 많이 놀러 다녔는데 그중 식물원에서 자주 놀았던 기억은, 유난히 따스했던 그 온실의 온기를 배경으로 좋은 느낌들만 흐릿하게나마 남아있다. 온실을 닮은 수목금토의 이 공간도 따사로운 햇살이 함께 하니 썩 마음에 든다. 방문했던 날 필자에게 시간이 많았다면 꽤 오랜 시간 앉아 시간을 보냈을 듯하다.
추억으로의 여행은 이쯤 하고, 수목금토라는 이름과 행성이 그려진 로고를 보고 유추한 사실은 수목금토는 태양계의 행성인 수성, 목성, 금성, 토성을 지칭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시그니쳐 음료를 보면 '토성 라떼'나 '지구별 에이드'처럼 행성의 이름으로 메뉴를 만들어두었다. 이른 바 '컨셉충'인 필자의 마음에 쏙 드는 컨셉이다. 두 말 할 거 없이 바로 토성 라떼를 주문했다. 토성 라떼는 흑당이 들어간 라떼인데,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큐브 라떼의 그것과 같이 커피를 얼려서 만든 구형의 얼음을 띄웠다. 커피로 만든 이 얼음은 얼었을 때 표면이 조금 거칠기 때문에, 토성이라는 네이밍이 찰떡 같이 어울렸다. 이 음료의 이름을 지은 사장님 센스에 새삼 감탄이 나온다. 게다가 이 커피 얼음이 녹으면 녹을수록 라떼가 진해져 마실 때마다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참, 커피는 호주 스페셜티 카페로 유명한 듁스커피를 사용한다.
주문을 받는 곳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왠지 영국 에든버러 시내에 있는 작은 카페가 생각난다. 물론 필자는 영국은 물론 에든버러 근처에도 안 가봤다. 그게 중요한가, 그냥 왠지 에든버러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수목금토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해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반려견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그 자체로 엄청난 힐링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또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한바탕 수다 삼매경에 빠지든지, 혼자 조용히 책을 읽든지 각자의 모양대로 충만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2층에 올라가면 완전히 다른 모양의 공간이 나온다. 목공을 하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모든 테이블을 나무로 직접 만든 듯하다. 깔끔하게 꾸며놓은 2층은 1층의 시끌벅적함을 피해 올라오기 좋아 보인다. 2층은 실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화장실과 가까운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화장실이 2층이다.) 더불어 꽤 비싸 보이는 스피커에선 공간과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니 분위기 또한 좋다. 2층에서도 나름대로 휴식을 취하기 나쁘지 않지만 필자는 1층이 더 좋았다.
많은 회사가 밀집되어있는 강남구 일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평일 점심엔 매우 혼잡하리라 예상된다. 대부분은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겠지만, 그런 와중에도 자리를 잡아 앉았다면 꽤 성공적인 점심시간이라 여겨볼 만하다. 필자는 휴일에 방문했는데, 다행히 사람이 많이 있지도 않았고 내리쬐는 햇살 아래서 책을 읽으며 달달한 토성 라떼를 마시니 이곳이 바로 낙원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쉬는 법조차 잊어버려 시간을 주어도 잘 쉬지 못한다고들 한다. 바쁜 일상의 시간을 보내다 잠시 시간이 허락한다면 수목금토에 앉아 가만히 햇살을 느껴보자. 따뜻한 손길로 등을 포근히 감싸주는 햇살을 그대로 받아들여 비타민 D와 함께 밝은 기분을 만끽해보도록 하자. 잠시나마 진득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참, 이름은 수목금토이지만 일주일 내내 영업하니 걱정하지 말고 방문하시길.
※ 글, 사진 : BW에디터지훈
instagram : @ljhoon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