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데어봐야 불 무서운 줄 안다.

by 마이스타일

불을 처음 본 사람에게 "불은 뜨거우니 절대 손을 대면 안 돼요!"라고 말한다면, 과연 그 사람은 불이 뜨겁다는 것을 온전히 알게 될까? 아마 뜨겁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작해야 샤워할 때 뜨거운 물에 깜짝 놀란 정도의 감각으로 짐작할 뿐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직접 겪을 수는 없기에 경험은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으로 나뉜다. 주로 독서, 교육, 영상, 구전 등을 통해 습득하는 간접경험은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코 직접경험만큼 강렬한 자극을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간접경험은 '아, 그렇겠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 여름에는 영상 40도 가까이 기온이 오르고, 한겨울에는 폭설로 도로가 마비되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기후다. 그런 만큼 운전 환경의 변화도 극심하다.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듯한 날씨가 있는가 하면, 바닥이 꽝꽝 얼어붙는 상황도 생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타이어다. 보통 국산차는 사계절용 타이어가, 수입차는 서머 타이어가 장착되어 출고된다.


그래서, 겨울철이 되면 윈터 타이어의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사륜구동이라 괜찮다"라는 낙관론과 "제동력은 결국 타이어가 결정한다"라는 신중론이 맞선다. 이론적으로 실외 기온이 7도 이하로 떨어지면 타이어 고무가 경화되어 제동력이 약해지고,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미끄러짐이 발생하기 때문에 윈터 타이어가 필요하다. 윈터 타이어는 고무 재질이 부드러워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딱딱해지지 않고, 홈이 깊어 눈길 탈출에도 유리하다. 다만 연비가 떨어지고 소음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정보들을 접해도 간접경험만으로는 그 정확성을 체감하기 힘들다. 나 역시 윈터 타이어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매번 11월이 되면 '괜찮겠지', '별일 없었잖아', '요즘은 제설 작업이 빠르니까'라는 자기 합리화를 거치며 몇 년째 사계절 타이어로 버텼다.


하지만 눈이 많이 내린 12월의 어느 날, 결국 사건이 터졌다. 정체를 예상해 평소보다 일찍 출발했건만, 다리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에서 타이어가 헛돌기 시작한 것이다. 굽어있는 외길이었기 때문에 뒷 차량들은 원인도 모르고 줄줄이 서 있었다. 두려움과 민망함 속에 가속 페달을 밟아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다행히 트렁크에 몇 년째 넣어두기만 했던 체인을 장착하고서야 겨우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한 원망과 뒤차 운전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뒤섞여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겨우 출근은 했으나 퇴근길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결국 반차를 내고 타이어 가게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혹시 윈터 타이어 재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윈터 타이어는 보통 10월에 예약하셔야 합니다"라는 답변은 나를 더욱 민망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장착 가능한 곳을 찾아 예약하고, 도로가 얼어붙기 전 서둘러 귀가했다.


집에 돌아와 안정을 찾고 나니 문득 화가 치밀었다. '도로에 제설함을 비치해 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자체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분노와 두려움, 미안함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친 하루였다.


다음 날은 화창했고 도로 상태도 괜찮았다. 전날 사고가 날 뻔했던 도로에 진입하려는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제설제가 도로 옆에 5미터 간격으로 놓여 있었던 것이다. 어제 차가 멈췄던 바로 옆 도로 턱에도 제설제는 떡하니 비치되어 있었다. 지자체를 비난했던 나 자신이 다시 한번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이었다.


수년째 매일같이 다니던 길이었는데, 어떻게 단 한 번도 인지하지 못했을까?
역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불에 데어 봐야 불 무서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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