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울
내가 살던 고향 마을에 공동 빨래터가 있었다. 우물이 얕은 것처럼 보이지만, 제법 깊은 샘이었다. 마을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었고 농번기 때는 논밭에 물을 대주기도 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농부들이 들에서 일하다 목마르면 샘가로 달려가 물을 떠먹기도 했다. 초등학교 2학년쯤이었다. 해 질 무렵 그곳에서 동네 언니들이 빨래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놀았다. 찰랑거리는 물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어찌나 신기했던지. 바가지로 물을 떠서 머리에 적시기도 하고 무릎 꿇고 손을 내밀어 우물 안으로 어깨를 쭉 뻗어 물을 헤집어보기도 했다. 물을 듬뿍 손으로 퍼 올리기를 여러 번, 손가락 사이로 물이 빠지자, 우물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대로 그만 풍덩 빠지고 말았다. 물이 실제로 더 깊었지만 어렸던 나는 가까이 있을 거로 생각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