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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ki Lee Apr 07. 2022

코로나 자가 격리

그나마 테라스가 있어 다행이다


아내가 코로나 확진되었다. 여행도 자제하고, 집에만 머물렀는데 허무했다. 지난주 장모님 첫 기일이라 처가에 세 가족이 모였었다.  그중 한 명에게 확진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리나케 자가 진단키트로 검사해보았다. 아내가 두 줄이었다. PCR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괜찮았다. 아내와 같은 침대를 쓰고, 밥도 항상 둘이서 사이좋게 먹었었다. 내가 면역력이 좋은 걸까. 아무튼 아내는 확진자라 격리, 나는 동거가족이라 자택 대기 권고를 받았다.

     

참 질긴 병이다. 2년 전 퇴직 후 바로 터진 코로나19로 어디 가지 못하고 주로 집에만 있었다. 기어코 아내가 감염된 것이다. 오미크론은 증세가 심하지 않다니 걱정은 덜되지만, 몸이 약한 아내라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지붕 두 가족 같은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내는 1층의 안방, 거실을, 나는 2층 다락방과 테라스에서 주로 생활했다. 화장실도 따로 썼다. 공동 공간인 부엌에서는 철저하게 마스크를 쓰고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어색한 것이 초보 배우가 무대에서 다른 삶을 연기하는 기분이다.

    

아침식사. 격리로 두세트로 나누어 차려야 한다.

아침 식사는 내 담당이다. 평소 아침은 다락방 창가 테이블에서 테라스를 보며 먹는다. 8시쯤에 시작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30분 정도 걸린다. 식사 후엔 커피를 들고 테라스에서 아침햇살을 즐기며 식물들을 관찰한다. 오늘 아침은 두 세트로 준비했다.


리코타 치즈를 올린 샐러드, 단호박 수프, 그리고 빵 두 조각. 아내는 다락방 창가 테이블에, 나는 테라스의 야외 탁자에 따로 음식을 차렸다. 혼자 먹으니 빨리 먹게 되고, 음식 맛도 잘 느끼지 못한다. 대화가 빠지면 음식의 맛이 반감되는 모양이다.  

   

매일 혼밥 하는 아들, 딸 생각도 난다. 바쁜 직장 생활에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다. 그것도 혼자 먹고 있으니 더 걱정이다. 언젠가 우리 부부도 혼자가 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를 최대한 늦추려면 아내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코로나가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청년 시절의 나에게 다들 역마살이 끼었다고 했다. 집에 있으면 너무 답답했다. 주말이 되면 배낭을 메고 혼자 산으로 향했다. 결혼해서도 틈만 나면 출사나 여행을 핑계로 집을 비웠다. 아파트 공간에 갇혀 있으면 숨이 막혔다.  

   

그런 나를 잡아준 것이 지금의 집이다. 다락방에서 책을 읽거나, 테라스에 나가면, 종일 집에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았다.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그것들이 움트고, 무성해지고, 꽃 피우는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퇴직과 코로나 사태가 겹쳤지만, 테라스에서는 삶이 지루하다는 생각을 느낄 겨를이 없다. 코로나 격리 생활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다만 집에만 틀어박혀 세상과 담을 쌓는 게 아닌가 걱정은 된다.

     

욕심은 끝이 없는가 보다. 식물을 키우다 보니 더 큰 정원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작년에 햇살이 좋은 도시 밀양에 집 지을 땅 200평을 마련했다. 작은 집을 짓고 넓은 정원을 가꿀 꿈에 유튜브를 찾아보고,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모으고 있다.   

  



격리가 해제되려면 아직 3일 남았다. 테라스를 둘러보며 손댈 곳이 없는지, 목마른 식물이 없는지, 뿌려 놓은 꽃씨가 잘 크고 있는지 살피다 보면 금방 지나갈 것이다. 코로나 또한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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