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 되자 테라스의 햇볕이 뜨겁다. 가려주는 것이 없는 25층 옥상의 체감온도는 콘크리트 열기까지더해져 30도가 넘는 것 같다. 탁자의 파라솔을 편다. 땀을 식혀주는 바람, 햇살을 가려주는 작은 그늘이 오늘따라 더 고맙다. 슬기로운 옥상 생활을 위해서는 그늘이 필요하다.
아파트에 사는 7년 동안 그늘을 얻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만족한 것도 있지만, 돈만 버리고 얼마 후 철거한 것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바람이었다. 옥상에는 때로는 상상보다 더 거센 바람이 분다.
아파트 입주할 때 처음 설치했던 파라솔
입주하던 해 원목 탁자를 샀다. 탁자 중앙에 구멍이 뚫려 있고, 옵션으로 파라솔 하나가 딸려왔다. 흔히 볼 수 있는 빨간색 파라솔. 크기가 작아서 그늘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고, 무엇보다 매번 폈다가 다시 접는 것이 불편했다. 아쉬움에 새로운 제품을 찾아 나섰다.
리조트나 펜션 사진을 보면 수영장 옆에 삼각 또는 사각의 선 쉐이드(그늘막) 아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럭셔리해 보였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사진을 보여 주니 바로 구매 허락이 났다.
아마존 직구로 선 쉐이드 (5 m×5m)를 구입하고는 힘들게 테라스에 설치했다. 벽에 앵커 볼트를 여러 군데 박아 기둥을 세워야 했다. 힘들었지만 감성이 폭발하는 테라스 모습에 흐뭇했다. 친지들을 초청해서 그늘 아래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아마존 직구해서 설치했던 선 쉐이드. 곧 철거했다.
그해 7월, 한밤중에 돌풍이 불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서 테라스로 뛰어 올라갔다. 선 쉐이드가 돌풍에 춤을 추고 있었고, 바람을 이기지 못한 기둥은 부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철거하기 위해 의자를 딛고 일어섰는데,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내 몸도 흔들렸다. 마음고생을 몇 번 더한 후에 선 쉐이드는 철거되었고, 지금은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이듬해 처마 밑에 어닝을 설치했다. 자동으로 할까 수동으로 할까 고민했는데, 잔고장이 염려되어 수동으로 구매했다. 남동향 아파트라 오전에만 펴고 오후에는 대개 접어 둔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그늘막인 것 같다. 비가 올 때 어닝을 펴고, 그 아래의 벤치에 앉아 테라스를 즐길 수도 있다. 생각보다 바람에 강하다. 6년째 쓰고 있는데 아직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어닝 천은 비바람에 색이 바래 5년에 한 번 쯤은 갈아 주어야 할 것 같다.
어떤 집은 테라스에 파고라를 설치했다. 지붕을 씌우고 두꺼운 비닐로 벽을 만들어 바람과 비를 피했다. 넝쿨 식물을 심어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5년마다 해야 하는 방수공사 시 철거하느라 애를 먹었다. 많은 공간을 차지해 테라스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단점도 크다. 크지 않은 옥상 공간이라면 권하지 않는다.
옥상에 무언가를 설치할 때는 바람을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한다. 타프, 어닝, 파라솔 모두 사용할 때만 펴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 두어야 한다.
6년 전 설치한 어닝은 아직도 쓸만하다
선 쉐이드나 타프는 폈다가 철거하기 귀찮다. 고정용 폴대도 설치해야 한다. 바람이 강한 옥상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파라솔은 수명이 짧다. 대개 2년마다 새 제품으로 바꿔주어야 한다.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여러 회사에서 만든다. 돈을 더 주더라도 크기가 충분하고 튼튼한 것으로 골라야 한다. 각도를 비틀어 효과적으로 해를 가릴 수 있는 제품이 나와 있는데, 써 보니 바람에 약해서 옥상에는 맞지 않았다.
파라솔 그늘이 있는 유월의 정원
어닝은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그늘막인 것 같다. 가격 부담이 있지만,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고 편리하다. 지금 우리 집 옥상은 어닝과 파라솔 조합으로 몇 년째 그늘을 만들고 있다.
옥상은 우리 집 테라스이기 이전에 아파트의 지붕이다. 그늘막 설치 시 아파트 단지의 뷰를 해지지 않는지, 다른 입주민에게 폐가 되지 않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또 여름의 태풍, 간간이 부는 돌풍 등 거센 바람과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방수공사 시 쉽게 철거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마음 편하게 하자고 테라스 생활을 하는데 그늘막이 마음의 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