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의미와 방법
우리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삽니다.
그러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생기지요^^;
상처를 입으면 그 사람이 미워지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남에게 준 상처는 기억을 잘 못하는 반면,
남이 자신에게 준 상처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사람의 무의식(잠재의식)이 생존 본능에 따라 누구한테 상처를 받으면 ‘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라고 느껴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남에게 준 상처는 자신의 생존에 아무 관계가 없다고 무의식이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은 항상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하므로 누구한테 상처를 입으면 즉각 그 사람을 경계하고 보호태세를 취하라고 의식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그래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상처를 준 사람이 시시때때로 생각나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을 피하게 되지요.
그럼 타인에게 상처를 입었을 때 이를 치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눈치 채셨겠지만, 그것은 바로 ‘용서’입니다.
물론 내가 피해를 입었을 때 즉각 억울함을 느끼고 분노를 느끼는 건 내 몸을 보호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명령이기에, 상대방을 용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용서하는 훈련을 한다면 얼마든지 상대방을 용서하고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미국 스탠포드 의대 프레드 러시킨 교수는 오랜 동안 용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가 제시한 화가 날 때의 대처 요령과 용서하는 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KBS 스페셜 “마음” 6부작 제6편 참조).
전에 제가 다른 글에서 소개했던 심장호흡법과 방법이 비슷하네요.
1.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합니다.
2. 숨을 들이마시면서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느껴보세요.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한(사랑하는) ‘마음’을 깊게 느껴보는 것입니다.
3. 다시 숨을 들이마시면서 숨을 쉴 수 있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느껴보세요.
사랑하는 마음을 느껴도 좋습니다.
4. 숨을 내뿜으세요. 그리고 다시 감사한(사랑하는) 마음을 느껴봅니다.
다음 번에 화가 날 때마다 이것을 5~6번 정도 계속 연습하면 몸이 이완되며 괴로움이 없어집니다.
용서는 그 의미와 범위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나를 위해 용서하는 것
둘째, 상대방을 진심으로 용서하는 것
셋째, 상대방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
먼저 ‘나를 위해’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괴로운 일을 당하면 나 스스로가 그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입니다.
용서는 나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해코지한 사람이 이뻐서 용서를 하는 것이 아니고,
내 몸과 마음이 편하고 자유롭기 위해서 그를 용서하기로 결심하는 것입니다.
용서가 없으면 그를 내 안에다 장기 투숙시키게 됩니다.
- 혜민스님 -
아이를 납치당해 아이를 잃은 어느 어머님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신의 어린 딸을 칼로 찔러 죽인 10대 소녀를 용서하기로 결심한 다른 어머님의 말도 이와 비슷합니다.
1981년 전두환의 5공 정권 치하에서 필화 사건으로 극심한 고문을 당했던 소설가 한수산님은
그 당시 보안사의 책임자였던 노태우가 1987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도저히 이런 나라에서 살기도 힘들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며 한국을 등지고 일본으로 떠납니다.
그런데 후일 한수산님은 노태우 등 신군부 일당에 대해 ‘용서’를 택합니다.
그는 자신이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랑을 해봐야 용서한다.’란 말이 있다.
나는 힘들게 그들이 내 삶에 끼친 고통스런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 돌아보니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용서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도 안 변했지 않은가.
결국 저들은 용서받지 못한 자들이다.
나는 나를 위해 그들을 용서했다.
- <평온의 기술(강준만 저)> -
용서의 첫 번째 유형은 바로 내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 상대방을 ‘어쩔 수 없이’ 용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에게 복수한다거나, 상대방이 미안하다고 사과할 때까지 기다리면 마음이 편해질까요?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에서는 폭파 사고로 무고한 시민들 수백명이 부상당하고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유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결국 폭파범은 사형을 선고받고 2001년에 사형을 당합니다.
하지만 그때 상당수의 유족들은 그가 사형됐어도 그것이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고 말합니다.
피해자 가족의 절반은 그가 사형됐어도 마음이 편치 못했고, 그의 죽음이 자신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한 유족은 4년간의 방황 끝에 살인자를 용서했습니다.
그는 “용서하면서 속박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폭파범을 위한 것이 아닌 제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용서를 하면서 평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KBS 스페셜 “마음” 6부작 제6편).
또한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 용서를 구할 때까지 기다린 사람들보다, 얼른 잊고 자신을 위해 상대방을 용서한 사람들이 더 오래 살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결국 가해자를 찾아가 복수한다거나, 또는 가해자가 용서를 구할 때까지 계속 적개심을 품는 것은 결코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지 못할 뿐 아니라 수명까지 단축시킬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러한 용서는 진정한 의미의 용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가해자가 반성도 하지 않고 용서도 빌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내가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용서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를 위해 용서를 한다는 것은 매우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 용서를 한다는 것도 사실은 엄청난 수양을 필요로 하고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를 위한 용서가 먼저 이루어져야 그 다음 단계인 가해자를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됩니다.
따라서 상대방을 진심으로 용서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러한 일에 자꾸 얽매이는 마음을 놓아버려야 합니다.
용서는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가해자를 용서하면 비로소 평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용서는 잊는 것과는 다릅니다.
기억을 하면서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이 용서입니다.
처음엔 자신을 위해서지만 상대방을 용서하기 시작하면, 이젠 진심으로 상대방을 용서할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용서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사랑을 주는 것입니다.
그럼 더 나아가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의 피해자 가족인 고정원님은 그 사건으로 어머니, 아내, 3대독자 아들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그는 자신도 세상을 마감하려고 했고 오래도록 유영철을 손으로 찢어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유영철을 용서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유영철을 용서하자 고정원님은 마음이 후련하고 평온해 졌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영철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는 ‘유영철은 시대를 잘못 만나, 부모를 잘못 만나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된 거야’라고 생각했고,
더 나아가 ‘머리가 명석하고 좋은 면도 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고정원님은 유영철을 이해하려고 했고, 더 나아가 그의 좋은 면까지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용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연민을 느낀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사람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를 그 사람의 삶 안에서,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이해하고 불쌍함을 느끼면, 그 사람을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마다 영혼의 성숙도는 다 다르다고 합니다.
해를 끼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영적인 성숙도는 그 정도였고 그 사람에게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하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박해하는 사람들이 영적으로 미성숙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하여,
오히려 그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무지함에 대해서 연민을 느꼈고 그것에 대해서 신의 자비를 빌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존재 자체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품으셨고요.
내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안타까운 사람일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특별히 나한테만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원래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고,
원래 그것이 그 사람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 불쌍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가해자의 행동은 나를 특별히 무시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훨씬 좋을 것입니다.
‘이러이러한 환경에서 자랐고 어떠어떠한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 이해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레드 러시킨 교수는 “당신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려는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합니다.
그는 “상처를 주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러한 행동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렇게 합니다.
즉, 이기심이나 생각이 부족해서 그러는 것이지요.”라고 말합니다.
즉, 상처를 주는 사람들 대부분은 일부러 상처를 주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지요.
그게 그냥 그 사람의 모습이자 삶의 방식이며 가치관인 것입니다.
반대로 저도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되돌아봅니다.
저도 기억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 경험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나도 의도치 않은 실수를 종종 하고 미성숙한 사람임을 인정한다면,
다른 사람의 미성숙한 모습도 이해가 되고 용서를 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의 에버레트 워딩턴 교수는 ‘입장을 바꿔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용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왜 이렇게 했을까’를 입장 바꿔서 생각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냥 단순히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몰입해서 정말 상대방이 되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에 올려놓았던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함으로 갈등 해결하기(NLP 지각 위치)” 방법을
써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ljs-president/34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나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하기 쉬운데,
NLP 지각 위치는 나의 관점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입장(위치)에서도 생각해보고,
제3자적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게 함으로써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완전히 상대방 속으로 들어가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대방 입장이 조금이라도 이해된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용서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가해자를 적으로 인식하면 계속 미워하는 마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 살아온 과정을 쭉 살펴보면서 ‘아 그 사람도 참 안타까운 사람이구나.’라는
마음이 들면 측은지심이 생겨납니다.
상대방을 연민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여러 맥락 안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지각 위치 기법처럼 실제로 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느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비로소 상대방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생깁니다.
용서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했다는 말과 같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함으로써 용서가 되면 비로소 상대방의 안녕과 행복을 빌어줄 수 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처럼 가장 높은 단계의 용서는 바로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아주 큰 돈(강남 아파트를 살 정도의)을 지인에게 떼이고 빈털터리로 전락한 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경비원 일을 하시며 착실하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돈을 떼 간 지인과 지금까지도 긴밀하게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그 분도 처음에는 무척 힘들고 하늘이 노래졌다고 합니다.
지인은 오랜 동안 연락을 끊고 잠적했었구요.
그러다 8년 만에 지인이 그 분 집에 용서를 구하러 왔는데,
그 분 뿐 아니라 가족 분들이 모두 온화하게 웃으며 지인을 진심으로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인은 면목이 없어 눈물을 뚝뚝 흘렸지만, 그 분과 가족들은 지인을 진심으로 위로하며 토닥여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진심으로 용서하며 이제는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저는 1단계 수준이라 아직 멀었지만, 노력하면 누구나 사랑하는 마음을 품는 단계까지의 용서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자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보다 나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새로운 대답이 떠오르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연습들이 습관이 되면, 인내심이 늘고 관대해지며 우리는 감정 뿐 아니라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처럼 내가 상대방을 진심으로 용서하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서 용서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 보아요.
진정한 용서는 서로가 웃을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약자는 결코 용서를 베풀 수 없다.
용서는 강자만이 할 수 있는 속성이다.”
- 마하트마 간디 -
“용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삶이 허락해주지 않았을 때에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 프레드 러시킨 -
“분노는 당신을 더 하찮게 만드는 반면,
용서는 당신을 예전보다 뛰어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다.”
- 셰리 카터 스콧 -
“행복하려면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용서가 됩니다.”
- 정진석 추기경님 -
< 무료 심리 상담/특수교육 상담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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