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설립 갈등 해결 방안1
1990년대 이후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화되고, 지역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가치 인식이 제고되면서,
최근 각종 공공 혐오시설들의 입지에 대한 주민 반대운동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소각장이나 방폐장, 화장장 같은 혐오시설이 아니지만,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 인근에서 반대 운동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기피시설로 취급받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는 지난 2002년 특수학교인 '경운학교'가 개교한 이래 무려 17년 만인 2019년 9월에 나래학교가 개교하였고, 작년에는 서진학교가 개교하였습니다.
나래학교와 서진학교가 설립될 때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설명회때에는 학교를 설립해 달라고 무릎을 꿇으며 호소하는 어머님들의 사진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8곳(금천·양천·영등포·용산·중구·성동·중랑·동대문)에는 여전히 특수학교가 하나도 없습니다.
2013년부터 대전, 강원, 전북, 충남, 제주 등 5개 시·도에서는 공립 특수학교가 한 곳도 신설되지 못한 채,
일반학교내의 특수 학급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수학교 신설이 어려운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주민들의 반대 때문입니다.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 인근에서 설립 반대 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특수학교 신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각 지역교육청에서는 특수학교 신설계획을 세우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사업이 표류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특수학교의 입지에 대하여 쾌적한 주거환경 또는 환경권의 침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부동산 가격의 하락 또는 재산권 침해, 정책결정의 불투명성 등의 이유로 반대합니다.
그러나 특수학교는 명백히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과 편익을 위해 꼭 필요한 필수적인 시설로,
반드시 어느 곳에는 입지해야만 합니다.
지금처럼 설립 추진이 계속 지지부진하다면 많은 장애 학생들이 교육적으로 큰 피해를 볼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주민들의 특수학교에 대한 오해를 풀고,
특수학교가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인식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특수학교 설립 갈등을 해결하고 특수학교 설립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수학교가 지역사회와의 상생(相生)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수학교가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미담 사례를 많이 보급하여 사람들에게 알린다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수학교 설립 이후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대표적 사례로는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밀알학교가 있습니다.
이 학교 역시 설립 당시에만 해도 주민들이 통학버스 출입로를 봉쇄하는 등 반대가 극심했다고 합니다.
당시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며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고,
구청장까지 가세하여 반대했습니다.
주민들이 나서 106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거는 등 숱한 어려움이 따랐지만,
학교가 문을 열고 주민들에게 다가서자 상황이 급변하여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곳"으로 거듭났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밀알학교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를 표방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학교 건물에도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모든 교실이 복도와 연결돼 한 공간에 머물고,
사방을 넓은 유리벽으로 감싸 내부를 투명하게 비추어 누구나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최적화된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개방형’ 구조로 밀알학교는 1999년 대한민국 100대 건물로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밀알학교는 학교의 각종 시설들을 지역 사회를 위해 개방했습니다.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체육관은 지역 주민을 위한 행사장으로,
교내 인라인 스케이트장은 유·초등학교의 체육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교내에 카페를 마련하고 주민들을 상대로 장애 학생들이 커피를 내려 판매하는 등
직업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 학생들이나 유명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도 개설해
주민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있고요.
이처럼 학교는 주민들과 간극을 좁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였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급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간을 주민들에게 개방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은 밀알학교를 특수학교라기보다는 하나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학교 자원 봉사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과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밀알학교의 여러 활동이 장애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지요.
대전 혜광학교는 지역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다가서기 위해 지난 2006년 학교 담장을 허물어 공원을 조성하였습니다.
그리고 학교기업 중 하나인 카페 ‘뜰’은 지적장애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창구이자,
지역 주민들에겐 대화를 나누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또한 여름에는 학교 운동장에 조성되는 물놀이용 풀장과 바닥분수 시설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함으로써 주민들의 호응을 높이고 주민들이 선호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부산 해마루학교는 에코마켓과 에코프리마켓 운영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여 지역사회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주 정명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재배한 배추로 김장을 담고 이를 독거노인 가정에 전달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아산 성심학교는 매년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문화예술제를 개최함으로서 학부모 및 지역 주민들의 장애 인식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특수학교 수만 1,080여개에 달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에 비해 무려 6배 이상 많은 수치이지요.
일본이 특수학교의 천국으로 거듭난 것은 일본 정부의 정책적 전환이 결정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일본은 2007년 학교교육법을 개정해 특수학교 명칭을 ‘특별지원학교’로 바꾸었습니다.
특수학교라는 이름 자체가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죠.
특별지원학교는 ‘공동체학교’라 불리며 지역 사회의 문화 및 여가 활동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우리나라 특수학교와 지역 사회의 상생 사례와 유사한 측면이 많은 것이지요.
일본 교토교대 부속 특별지원학교는 2007년부터 매년 여름방학에 1박 2일 캠프를 열고 있습니다.
이 기간은 전국의 특별지원학교를 비롯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각급학교 교사, 사회복지시설 등이 어우러지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과 활동으로 일본에서 특수학교는 선호 시설로 여겨지는 편이라고 하네요^^.
특수학교에 대해 잘 모를 경우에는 장애에 대한 선입견과,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특수학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수학교의 자체적 노력과 교육당국 및 일반학교의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특수학교는 얼마든지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선호시설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다른 혐오시설들과는 다르게 잘못된 선입견과 오해로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다고 생각되므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경우도 주민 대다수가 그런 것 보다는 일부 특수집단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더 이상 장애 학생만을 위한 곳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학교로, 지역주민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국/공립 특수학교도 설립 단계에서부터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널리 알리고,
문을 지역 주민들에게 활짝 개방해야 합니다.
특수학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설립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위해 특수학교가 먼저 문을 열고 소통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 당국은 이에 대한 미담 사례를 적극 보급하여 홍보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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