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행동지원의 한계와 장애학생 행동 지원을 위한 새로운 접근
NLP 이론 중 뉴로로지컬 레벨(Neurological Level) 이론이 있다. 이는 NLP 사고방식 전체를 정리한 것이며 NLP의 진수라고도 불린다.
이것은 쉽게 말해 ‘인간 의식의 레벨’이라고 보면 된다. 뉴로로지컬 레벨에서는 인간의 의식을 다음과 같이 6단계로 나눈다.
영성
정체성
신념/가치관
능력
행동
환경
여기서 환경, 행동, 능력은 하위 차원의 의식이고, 믿음(신념, 가치관), 정체성, 영성은 상위 차원의 의식에 속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여러 가지 행동 문제들, 발달장애 학생의 문제행동, 고민거리, 부정적 정서 등은 대부분 하위 의식(환경 레벨 ~ 능력 레벨)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 있으면 답답하다, 그 사람과는 같이 있기 싫다, 주변 환경이 시끄러워서 싫다.’ 등은 환경 레벨에서 발생하는 정서 및 문제들이다.
그리고 ‘자리를 이탈하게 된다, 친구를 때리게 된다, 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친구한테 쌀쌀맞게 대하게 된다, 폭식을 하게 된다, 자꾸 늦잠을 자게 된다.’ 등은 행동 레벨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또 ‘나는 공부를 잘 할 수 없다, 일을 잘 할 수 없다, 발표를 잘 할 수 없다’ 등은 능력 레벨의 문제들이다.
즉,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정서적, 행동적 문제와 어려움들은 대부분 이 세 가지 하위레벨(환경, 행동, 능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고, 특히 그 중에서도 환경과 행동 레벨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환경이나, 행동, 능력 레벨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 레벨 자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효과가 없고, 반드시 상위레벨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즉, 상위 단계의 의식인 신념/가치관이나 자기인식(정체성)을 변화시키면 하위 레벨의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 왜냐면 우리가 겪게 되는 여러 어려움들이 겉으로는 환경, 행동, 능력 차원의 문제처럼 보여도 사실은 자신의 신념/가치관, 자기인식(정체성)같은 상위 의식의 레벨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변이 시끄럽다거나 책상정리가 안되어 있어 공부가 안 된다는 학생이 있다고 해보자. 만약 이 학생이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않다면, 조용한 환경으로 바꾼다고 책상정리가 잘 되어 있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까? 잠시 공부가 잘 되더라도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자기 신념이나 정체성이 뚜렷하게 확립되지 않으면 또다시 공부가 안 되는 이유로 다른 핑개를 댈 확률이 높다.
만약 이 학생이 장래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훌륭한 선생님이 되겠다는 확실한 신념과 정체성을 가진다면 주변이 조금 시끄럽더라도 안 좋은 냄새가 나더라도 책상이 어지럽더라도 이를 탓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에 매진할 것이다. 즉, ‘나는 교사가 될 것이다.’라는 자아정체성 확립이 ‘교사가 되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것이다.’라는 신념/가치관 형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교사가 되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책을 읽고(행동의 변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곳에 가고(환경의 변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임용과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습득하는 행동(행동의 변화)들을 하게 될 것이다.
연애에 서툴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며 여성에게 말도 못 거는 남자가 있다고 해보자. 이 남자에게 행동 레벨만 바꾸려고 하여 연애강사에게 여자들이 좋아하는 멘트들을 교육받고, 자신감있게 접근하는 여러 방법들을 교육받는다고 하면 연애를 잘하게 될까? A라는 멘트로 말 걸기에 실패했다고 하여 B, C라는 멘트들을 써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또 다른 비슷한 문제들이 형태를 바꿔서 발생해 실패하기 쉽다.
그런데 만약 어느 순간에 이 남자가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당당한 사람이다.’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보자. 그럼 구태여 계속 연애강사에게서 교육을 받는다고 할까? 그렇지 않다. 자신이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확립되면 여자 앞에서도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되고 말도 잘 붙일 수 있게 된다.
상위레벨의 변화가 자연스레 하위레벨의 변화를 불러오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아무개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더니 사람이 변했어’라는 말을 들어보거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직장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사람이 어떤 직위에 올라갔을 때(정체성 변화), 그 직위에 맞게 자신의 신념/가치관이 변화되고, 능력과 하는 행동, 환경도 그에 맞게 재정렬되기 때문이다.
뉴로로지컬 레벨 이론을 문제행동 중재에도 접목시킬 수 있다. 특수교육에서 발달장애 학생의 문제행동 중재를 위해 긍정적 행동지원을 많이 쓰지만, 이는 전형적으로 하위 레벨인 환경과 행동을 바꾸려는 기법이기에 장기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즉, 긍정적 행동지원을 위한 대규모 팀이 구성되고 오랜 기간의 중재를 거쳐 아동에게 바람직한 대체행동이 습득되었다고 해도 이는 단기간 효과에 그치고 시간이 지나서 환경이 바뀌면 아동은 또다시 문제행동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긍정적 행동지원은 환경과 행동 차원에서 일어나는 문제행동을 단순히 환경과 행동을 바꿔줌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즉, 상위 차원의 의식을 바꿔주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행동의 원인이 되는 환경을 수정해주고 문제행동을 바람직한 대체행동으로 바꿔주는 행동수정 요법이기에 장기간의 효과를 담보하기가 어렵다. 이것이 바로 긍정적 행동지원의 한계 또는 긍정적 행동지원의 문제점이다.
따라서 하위 차원에서 문제가 일어났다고 해서 하위 차원의 의식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되고, 상위 차원의 의식인 신념과 가치관, 정체성을 변화시켜야 하위 차원의 의식인 행동과 환경은 자연스럽게 바뀌고 또한 영구적인 효과를 거들 수 있다.
인지 능력이 심하게 떨어진다고 해서 발달장애 학생들이 신념이 없거나 정체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증 장애 학생을 보고 ‘이 학생이 무슨 생각이 있겠어? 무슨 가치관이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자폐성 장애 아동의 겉으로 보이는 의식(생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잠재의식은 꾸준히 사회적으로 교감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하기에, 꾸준하게 잠재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화법을 쓰면 자폐성장애 학생의 상위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전에 기술한 밀턴 모델에서 쓰이는 대화법을 꾸준히 적용하고, NLP에서 쓰이는 여러 기법들이 우리 장애학생들에게도 꾸준히 적용된다면 얼마든지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의 신념을 변화시키고 정체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정체성이나 신념이 변화하면 자연스럽게 문제행동은 없어진다.
즉, 문제행동 중재를 위해 억지로 대체행동 교수를 하는 것은 시간만 오래 걸리고 영구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지만, 밀턴 모델, NLP 기법들은 잠재의식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상위 차원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기법들이기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진식(교육학박사, 특수교사)
< 잠재의식 변화를 통한 발달장애 행동 지원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006187
< 정서행동장애 학생 심리치료 및 상담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73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