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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불어 사는 사회 Sep 05. 2020

자폐, 지적장애 아동 문제행동 중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문제 행동의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한번 습관화된 행동은 고착화되어 아동은 그러한 문제 행동 패턴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기존의 행동수정 기법들은 문제행동의 기능(원인)을 파악하여 환경 수정과 대체행동 교수라는 중재 계획을 세우지만, 이를 통해 한번 고착화된 행동 또는 습관을 바꾸기란 대단히 어렵다. 


이것은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내면의 심리적 프로세스를 무시한 채 겉으로 드러난 행동과 환경만 바꾸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행동수정 기법들은 단기적인 효과를 얻을 수는 있어도 결코 장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의 긍정적 행동지원으로 아동의 문제 행동이 감소하고 부적절한 습관이 개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아동이 진급하여 교실 환경이 바뀌고 선생님이 바뀌면 아동의 문제 행동은 다시 시작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럼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동이 문제 행동을 하는 것은 그러한 행동 패턴이 습관화되어 겉으로 드러난 것이므로, 먼저 문제 행동과 관련한 일련의 고착화된 흐름을 끊어주어야지 진정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프로그래밍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먼저 문제 행동 및 부정적 습관을 유지시키는 패턴을 파괴하는 데 있다. 


충동적 행동, 과잉 행동, 자해 행동, 폭력적인 행동, 자기충족적 행위, 소리내기 등 모든 문제 행동이나 고착화된 습관을 유지시키는 패턴을 먼저 파괴하여야 하는 것이다. 


 기존의 패턴을 파괴한다는 것은 아동의 고착화된 사고 방식에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의 사고 방식에 혼란을 일으켜 부적절한 행동 패턴을 깨부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하는 것이다. 


  TV에서 순간최면 시 활용하는 패턴을 보면, 치료자가 “자, 우리 처음 만났는데 악수합시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다가오다가 악수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허리를 숙여 신발끈을 맨다든지 다른 행동을 한다. 


그러면 내담자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스럽게 되고 내적 패턴이 붕괴되어 치료자의 말을 받아들이기 쉬운 상태, 즉 트랜스 상태가 된다. 


이때 치료자가 빠르게 ”마음이 편안합니다.“라고 말하면 내담자는 실제로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은 인지 수준이 낮고 상동행동이 있는 중증 자폐성장애 아동에게도 효과가 있다. 

제한적 분야에 관심이 있고 눈맞춤이 안 되는 자폐 학생도 비록 겉으로는 주위 일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지라도, 잠재의식은 언제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하므로 주변 상황과 일들을 다 주시하고 인지하고 있다.      



실례) 영수(가명)는 지적능력이 떨어지고, 손을 바르르 떨며 혼자서 흥얼흥얼 거리는 상동행동을 자주 한다. 같이 길을 걷는 중에도 영수는 교사와 상호작용을 하지는 못하지만 특정한 풀이나 꽃에 관심을 보이며 잠시 머물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 영수는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손을 바르르 떨면서 소리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때 교사가 슬며시 다가가 “우리 영수가 갈수록 손을 안 떠는 구나. 갈수록 소리를 안 내는 구나.”라고 귀에 가까이 대고 조용히 말해 준다(밑줄은 조금 더 강조하며 말함). 


 다음 시간에 영수는 선생님과 같이 산책을 하고 있다. 교사가 불러도 쳐다보진 않지만, 혼자서 소리내며 자기 속도대로 걷고 있다. 살짝 앞에서 교사도 같은 페이스로 걸어가 준다. 그러다 갑자기 교사는 영수를 뒤돌아보며 ‘악’ 소리내며 쓰러진다. 영수가 흠짓 놀랄 때, 교사는 ‘영수가 엄청 차분해졌구나.“라고 큰 소리로 재빠르게 말한다(밑줄은 조금 더 강조하며 말함).      



 교사나 부모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동에게 의식적 혼란을 일으켜 아동의 잠재의식으로 하여금 이것의 의미를 탐색하고 기존의 사고 패턴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아동이 특정한 분야에 관심을 보일 때나 상동행동을 하고 있을 때에는 이 자체가 일종의 트랜스 상태에 있는 것이므로 이때를 놓치지 않고 치료적 제안이 되는 말을 꾸준히 한다면 아동의 잠재의식에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 언젠가는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영구적이다. 



특수교사, 교육학박사(교육심리/상담전공) 이진식


< 잠재의식 변화를 통한 발달장애 행동 지원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00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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