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인격 및 빙의에 대한 역사적 고찰
다중인격과 빙의 그 자체는 정신 질환이 아니나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을 때 각각 다중인격장애, 빙의장애라고 부른다. 다중인격장애의 원인은 어렸을 때 큰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그 사람의 전체 인격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가 새로운 인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중인격장애는 DSM-5(미국정신장애진단및통계편람 5판)에서 해리성 정체성 장애라고 불리지만 여기서는 어감 상 이해하기 쉬운 다중인격장애라고 표현하기로 한다. 다중인격과 빙의 모두 해리 현상의 일종이다.
정신의학의 역사는 영혼의 존재와 귀신들림에 대한 믿음의 역사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는 과거에 각종 질병과 귀신들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기원전 3000년경에 만들어져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번영했던 고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죽은 자의 혼(에쩨무)이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었고, 신성화되었다. 문헌에 보면 “신과 죽은 자들의 혼을 달래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내가 멸망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표현이 있고, “악귀들과 귀신들 때문에, 우리는 비참하게 되었다.”는 표현도 나온다. 죽은 자의 혼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축복을 주는 능력도 있다고 믿었지만 보통은 정신적・육체적 질병을 일으키는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죽은 혼을 돌보는 책임을 가진 사람을 ‘파키두’라고 하였는데, 직역하면 ‘돌보는 자’ 혹은 ‘시중드는 자’라는 뜻을 가진다. 이 용어는 주로 죽은 자들의 친척에게 사용되었다. 만약 귀신이 산 사람으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하면, 그는 땅을 떠돌아다니면서 산 자에게 따라붙는다고 믿었다. 따라서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귀신의 공격을 피하고 벗어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주술들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치과의사였던 볼드윈(Baldwin)은 기원전 1천 년경 기록된 인도의 힌두 경전 <베다>에서 사람을 해치고 신들을 방해하는 악령들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하였고, 기원전 600년경 고대 페르시아의 기록에도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조로아스터가 기도와 의식, 성수를 사용해 악령을 쫓아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리스도 이전의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는 영혼을 인간생활의 원칙으로 보았다. 플라톤은 육신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영혼 자체가 삼부(三部)구조로 되어 있어서 감각적인 욕정의 원리인 탐욕혼이 복부에 자리 잡고 있고, 용기와 정기의 원리인 기혼(氣魂)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으며, 생각의 원리인 지혼(知魂)이 머리에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소크라테스는 죽은 자의 영혼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하며, 정신병의 주요 원인이 귀신들림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고대 이집트에서의 영혼은 무의식을 의미하는 '카'(ka)와 사람의 인격 혹은 자아를 의미하는 '바'(ba)로 나뉜다. '바'는 사람이 죽으면 육체를 떠나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존재인 반면, '카'는 사람이 죽어도 육체에 남는다고 보았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신의 심장 무게 달기 의식재판을 통해 정당한 영혼임을 판정받은 자는 '카'와 '바'가 다시 합쳐져, '아크'(Akh)가 되어 다시 부활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카'가 머물러 있는 육체를 계속 보존시키기 위한 미라와 같은 독특한 장례의식이 발생하였다. 또한 고대 이집트에서는 악령을 쫒아내는 의식을 의사와 사제가 한 팀이 되어 집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성경에도 귀신들림이나 귀신현상이 많이 나온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전도자로 세상에 내보낼 때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며 모든 병과 악한 것을 고치는 권능을 주셨다”(마10:1)고 기록하고 있고, 또 믿는 자에게 따르는 표적으로 “곧 저희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막16:17-18)고 했다. 그리고 바리새인들이 예수께 찾아와 헤롯이 당신을 죽이려고 벼르고 있다고 통고하자 “가서 저 여우에게 이르되 오늘과 내일 내가 귀신을 쫓아내며 병을 낫게 하다가 제삼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눅13:32)고 말하고 있다. 즉, 예수님의 주요 사역 가운데 하나가 곧 귀신을 쫓아내고 병을 고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가톨릭 교회는 예수가 귀신을 내쫓기 위해 명령했던 방식을 기초로 중세시대의 오랜 기간에 걸쳐 공식적인 퇴마의식을 발전시켜 17세기에 완성된 형태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성경에는 사도들도 귀신의 유혹을 경계하고 있다. “후일에 어떤 사람들이 믿음에서 떠나 미혹케 하는 영과 귀신의 가르침을 쫓으리라”(딤전4:1)고 말하고 있고, “나는 너희가 귀신과 교제하는 자 되기를 원치 않는다”(고전10:20)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16세기 이후 사회 전반에 과학적 회의주의가 급속히 퍼지면서 귀신론은 점차 힘을 잃게 되었다.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정신 질환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고 18세기 후반에 정신과는 처음으로 의학의 한 분야로 인정되었다.
그러다 19세기 중반부터 심령술(spiritualism)이 등장하며 영혼의 존재와 귀신들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심령술은 죽은 자의 영혼을 영매(medium)라고 하는 특수한 인간을 통하여 데려와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때론 죽은 사람의 혼령 뿐 아니라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의 생령(生靈)도 데려올 수 있다고 한다. 심령술은 원시 종교에서는 공통적인 현상이었고 고등 종교에서도 흔히 있던 현상이었지만, 특히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에서 현저하게 나타났다. 심령술을 이용해 영혼을 불러오는 행위는 예전부터 있었던 샤머니즘과 유사한 현상이지만, 샤머니즘적인 것과는 달리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였고 이를 조직적으로 추구하는 심령과학 분야로 발전하였다. 심령술은 영국과 미국에서 조직화되어 성행하고 있으며 상업용으로도 이용되고 있지만, 성경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악한 것으로 단죄하여 엄히 금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과학자와 의사들 대부분은 귀신들림과 빙의 현상의 존재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 분야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의사 및 심리학자, 과학자들은 역시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많은 임상사례와 연구결과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많은 의사와 학자들이 영적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진지한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수하려는 보수적인 교육학계와 심리학계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은 믿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이러한 현상과 연구들을 여전히 우연의 일치, 미신, 비과학적 연구 등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존의 이론들로만 정서・행동장애를 이해하려고 하고, 설명되지 않는 많은 정신 증상들은 여전히 원인도 모르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만 한다면 특수교육 분야에서의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다중인격 및 빙의에 관한 치료 사례가 무수하게 많이 존재한다면 진지하게 열린 과학자의 태도로 이를 인정하고, 영적 접근에 의한 다양한 발생 가능성과 치료 방법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 정서행동장애 학생 심리치료 및 상담(최면상담과 NLP 중심으로) > (이진식, 박영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