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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불어 사는 사회 Jan 29. 2021

장애이해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인성을 함양하고 긍정적인 사고습관을 기르는 장애이해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특수교사가 되고 장애이해교육을 할 때 처음 몇 년 동안은 장애의 정의, 장애 유형 및 유형별 특성, 장애인을 만났을 때의 에티켓, 장애 체험,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아마도 다른 학교, 다른 기관에서 하는 장애이해교육도 대부분 큰 틀에서는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매년 비슷한 주제와 내용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학생들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그냥 시간 때우기 식으로 참여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장애이해교육 뿐 아니라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대부분의 강의는 학생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또한 들으면서도 다른 생각하며 단순히 참여만 하는 경우가 많지요.


 한번은 학생들 대상으로 장애이해교육을 하고, 장애 인식이 조금이라도 개선된 것 같은지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장애 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지 않다고 대답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아직 때 묻지 않은 경우가 많고 통합교육의 일반화로 한번쯤은 장애 학생들을 친구로 경험해 본 적이 있기에 장애인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지요.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장애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지 않더라도 왠지 모르게 약간은 거부감이 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즉, 머리로는 ‘장애인을 배려해야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이해해야지’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애 친구를 스스럼없이 대하려고 해도 왠지 모르게 멈칫하게 된다는 친구도 있었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냥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생긴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과거에는 그랬었습니다. 

 특수교사가 되기 전에는 지하철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장애인이 있으면 왠지 모르게 피하게 되고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말이 제게도 와닿았던 거지요.     


 이후 저는 ‘어떻게 하면 이러한 거부감을 없애고 진정으로 장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였고,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여기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정신은 의식과 잠재의식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의식보다 잠재의식이 차지하는 부분이 훨씬 더 크지요. 

 잠재의식이 90%라면 의식은 10%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여러 감정들이 사실은 잠재의식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왠지 모를 알 수 없는 감정들, 불쑥 올라오는 감정들, 순간적으로 드는 느낌, 육감,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들은 모두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것 같아도 사실은 잠재의식에 저장된 프로그램에 의해 나오는 감정과 행동들입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해도 안 되는 이유는 그 사람 마음이 즉, 잠재의식이 우울하기 때문입니다. 

 잠재의식은 의식과 행동에 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잠재의식에 입력되어 있는 우울한 마음이 우울한 생각과 침울해 있는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의식적인 생각으로 잠재의식을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론 효과적인 노력과 적절한 심리치료가 동반된다면 잠재의식을 바꿀 수 있지요.  


 이처럼 잠재의식은 의식으로 바꾸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아무리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잠재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우울한 감정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장애인에 대해 갖는 본능적인 거부감도 이처럼 잠재의식에 무의식적으로 저장된 부정적 감정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장애인을 이해해라’, ‘장애인을 배려해라’라고 외쳐도 이에 대한 잠재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들은 해소되기가 힘든 것이지요. 


 일방적인 이해와 강요(?)는 평범한 장애이해교육처럼 거부감만 들게 할 뿐입니다.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사람들의 행동이 억지로 바뀐다 하더라도 개개인의 근본적인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 한 다시 원래의 행동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라’가 아닌 ‘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는 가’ 교육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러한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잠재의식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을까요? 

 잠재의식은 달리 말해, 정체성 또는 가치관(또는 신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잠재의식을 바꾼다는 말은 개인의 정체성이나 가치관(또는 신념)을 바꾼다는 말과 같습니다.  


 잠재의식인 신념/가치관이나 정체성을 변화시키면 하위 의식인 행동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예를 들어, 주변이 시끄럽다거나 책상정리가 안되어 있어 공부가 안 된다는 학생이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만약 이 학생이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않다면, 조용한 환경으로 바꾼다고 책상정리가 잘 되어 있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까요? 

 잠시 공부가 잘 되더라도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자기 신념이나 정체성이 뚜렷하게 확립되지 않으면 또다시 공부가 안 되는 이유로 다른 핑계를 댈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학생이 장래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훌륭한 선생님이 되겠다는 확실한 신념과 정체성을 가진다면 주변이 조금 시끄럽더라도, 안 좋은 냄새가 나더라도, 책상이 어지럽더라도 이를 탓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에 매진할 것입니다. 


 즉, ‘나는 교사가 될 것이다.’라는 자아정체성 확립이 ‘교사가 되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것이다.’라는 신념/가치관 형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교사가 되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책을 읽고(행동의 변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곳에 가고(환경의 변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임용과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습득하는 행동(행동의 변화)들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처럼 잠재의식인 정체성 또는 가치관의 변화가 환경과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전에도 기술한 적이 있는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유난히 큰 알에서 태어난 새끼 오리는 보통의 오리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주변 오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새끼 오리는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사실은 백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사실을 깨달은 백조는 바로 '나는 백조다.‘라는 자기인식(정체성)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럼 ’나는 하얗고 아름답다. 나는 날 수 있다. 나는 당당하다. 나는 자신감이 있다.‘라는 신념과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어서 날 수 있는 능력의 변화가 생기고,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나 우아한 행동, 당당한 행동, 자신감에 넘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환경에도 변화가 일어나 주변 오리들이 놀리던 상황에서 모두 부러워하는 환경으로 바뀌게 됩니다. 


 여기서 새끼 오리가 진짜 백조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설사 오리가 백조가 아닌 오리였다고 해도 ’나는 백조다.‘라는 당당한 자기인식이 있으면 절대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장애이해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 특성을 설명하고, 장애인을 배려하라는 식의 교육보다는 ‘우리는 왜 장애인을 배려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진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단순한 행동 변화를 위한 교육이 아닌 근본적인 가치관과 신념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평소에 인성 교육이 바탕이 된 장애이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장애이해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지라도 인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나는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이 땅에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게 된다면 자동적으로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삶의 근본적 물음에 대한 가치관이 확실히 확립된 사람은 장애인 뿐 아니라 노약자, 임산부, 사회적 취약 계층 등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행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인성교육과 더불어 제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감사일기 쓰기입니다. 긍정적인 두뇌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데에 있습니다.


 전에 브런치에 기술하였듯이 하루 세 가지씩만 감사할 거리를 찾아서 매일 3개월만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매일매일이 즐거워지고 뇌가 긍정적으로 바뀜을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감사일기 쓰기가 습관화되면 매일 감사할 거리를 저절로 찾게 되고 항상 사람과 사물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게 됩니다. 

 저절로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장애이해교육도 앞으로는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교육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기르는 교육으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인성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인생의 목표와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운 다음, 

 감사일기 쓰기를 통해 사물의 긍정적인 측면만 바라보는 습관을 기르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장애이해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장애에 대한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지고 장애 인식 또한 긍정적으로 개선됨을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신념이 확고한 사람은 누가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해도 본인의 신념을 유지하며 삽니다. 

 따라서 장애인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왜 배려해야 하는 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 사람은 저절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장애이해교육도 단순히 장애 유형을 이해하고 행동 변화에 중점을 둔 교육보다는, 각자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변화시켜 줄 수 있는 그런 인성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념/가치관이 변화하면 그에 따라 행동 및 환경은 자연스레 바뀌기 때문입니다. 


 또한 감사일기 쓰기를 통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길러진다면 이제는 누가 옆에서 가르치치 않아도 저절로 장애에 대한 부정적 감정들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학교에서 실시되는 장애이해교육도 앞으로는 인성 교육과 감사일기 쓰기 등 긍정적인 두뇌를 만드는 교육으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장애인을 이해하라’가 아닌 ‘왜 장애인을 이해해야 하는 가’에 교육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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