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또는 특수학급에는 장애학생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보통 한 해 전에 교육청에 배치를 신청하면 그 다음해 배치가 되지요.
특수학급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은 장애학생의 교육활동 보조, 신변처리 지원, 급식 보조, 교내외 활동 지원 등 장애학생의 학교 활동에 대하여 보조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총 4명의 사회복무요원과 함께 일했습니다. 사람마다 특색이 있는 만큼 이중에는 아주 성실하고 열성적으로 일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상대적으로 덜 성실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은 군 생활을 대신하는 의미도 있지만, 성인으로서의 사회생활을 영위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사회복무요원에게 학생에 대한 지원을 ‘지시’가 아닌 정중히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보조만 부탁함으로서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자 했습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자기 계발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 후 꿈을 펼칠 수 있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지요.
(물론 이건 제 생각이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어땠을지 모르겠네요ㅎㅎ)
지금도 저는 같은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간섭을 최소화하고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하는 것이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존중받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일 처음에 만났던 사회복무요원은 장애학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자신이 왜 특수학급에 배치되었는지 모르겠다며 항상 투덜거렸습니다. 근무하는 부서로의 배치는 복불복이기 때문에 어느 환경에 배치될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제가 볼 때 일적으로 힘든 것은 전혀 없어 보였지만, 그냥 선입견으로 장애학생을 보는 것조차 싫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교장선생님을 수차례 찾아가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다른 관공서에 배치해 달라고 민원도 넣었었지요^^;
하지만 계속 특수학급에서 장애학생 활동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마음은 콩 밭에 가 있으니 필수적인 일만 겨우 마지못해서 할 뿐,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거나 절대 먼저 돕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에도 한번 글로 썼던 적이 있었지만 학생들을 데리고 버스를 이용할 때였습니다.
복무요원은 스마트폰만 쳐다볼 뿐 우리 아이들을 잘 바라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정류장에서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 어르신이 버스를 탔습니다. 몇 정거장을 지나 다음 정류장에서 그 어르신이 하차하려고 뒷문 가까이 가고 있었는데 그때 버스가 덜컥거리며 급제동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중심이 쏠려 어르신의 휠체어가 앞쪽으로 확 밀리려는 순간, 복무요원이 휠체어를 순간적으로 부여잡았습니다.
그리고는 버스가 멈춘 후 어르신이 안전하게 내리실 수 있도록 끝까지 부축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의 태도로 봤을 때는 어르신을 부축하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순간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평소에 학생들을 지원하던 행동과 습관이 몸에 베어서 저절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특수학급에 오래 있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애학생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씩 베어들고 있었고, 그때 순간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저는 복무요원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고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복무요원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자신의 선한 면을 발견하게 되었으므로 앞으로도 장애인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 확률이 높습니다.
우연이라고 표현하였지만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 평소 장애인에 대해 보고 느꼈던 감정들이 자신의 잠재의식에 조금씩 각인되어 ‘장애인을 보면 도와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던 것이지요.
비록 오래전 일이지만, 그 분은 지금도 그러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가장 최근에 만난 사회복무요원은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 장애학생들을 친동생처럼 아주 잘 대해주었습니다. 원래 프로 골프 선수였는데 허리가 안 좋아 그만 두고 30살에 늦게 입대한 친구였습니다. 나이가 좀 있어서 그런지 생각이 깊고 진중하며 아주 착했지요.
이 친구는 시키지 않은 일도 필요하다 싶은 일은 스스로 발벗고 나서서 했습니다.
예를 들어, 물건에 이름표 붙이는 것 같은 자질구레한 일은 저도 귀찮아서 안하고 있었는데 이 복무요원은 조용히 나서서 하고 있더라구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써주니 저는 참 편하고 감사했습니다.
특히 컴퓨터에 이상이 생기거나 제가 잘 모를 때도 알아서 척척 고쳐주니, 저는 따로 서비스를 부를 필요도 없이 무척 편하고 좋았지요 ㅎㅎ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을 친형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었다는 점에서 저는 항상 감사했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통합반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내려올 때 이 복무요원은 도움반에서 재미있게 아이와 놀아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고 그랬습니다.
보통은 그냥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싶어하지 그렇게 스스로 챙겨주는 복무요원은 사실 거의 없거든요.
이렇게 알아서 일을 척척 하고 부탁하지 않은 일도 먼저 나서서 하니 저는 이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어느 날은 아이들과 함께 김밥을 만들 때였습니다. 미리 재료를 준비해 놓고 신나게 김밥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어요. 각자 역할 분담을 하며 밥을 하고 재료를 볶고 김밥을 말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복무요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잠시 자리를 비웠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잊고 있었는데, 얼마 후에 비닐 봉지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그때 김밥을 다 말아놓고 이제 막 썰려고 하는 순간이었지요.
그때 복무요원은 “참기름하고 참깨가 없어서 제가 좀 사왔습니다.”라고 말하며 사온 것을 꺼내놓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참기름과 참깨 정도는 없어도 그냥 아쉬운대로 김밥을 만들어 먹으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미리 준비를 안 한 것도 있고 꼭 필요한 재료가 아니니 그냥 현재 재료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 복무요원은 아이들에게 더 맛있게 먹이고자 참기름과 참깨가 없는 것을 미리 알고 수퍼마켓가서 사온 것이었습니다. 그 마음에 저도 감동했고 아이들도 환호했습니다.
물론 감사한 마음으로 제가 돈은 드렸습니다^^. 극구 안 받으려고 했지만 공과 사는 구별해야 했으니까요.
몇 달 전에는 오래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길래 저는 아는 인맥을 총동원(?)하여 소개팅을 시켜주기도 했습니다ㅎㅎ. 아주 오랜만에 뚜쟁이 역할을 하려니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더라구요.
이렇게 복무요원의 복무 기간 동안 저는 많은 도움을 받았고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이 청년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제대를 하였습니다.
많이 서운했고 이렇게 성실한 근무요원을 또 만날 수 있을 까란 생각도 들더군요. 좋은 만남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으니 언제 어디서든 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리라 확신합니다.
이 청년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인정받고 존중받을 것입니다.
이 청년의 앞날에 축복과 행복, 행운이 있기를 간절히 빕니다.
우리 모두의 밝은 앞날을 위하여 오늘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