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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불어 사는 사회 Apr 04. 2021

현우가 꿈꾸는 세상(5)

소설입니다.

“윤경아, 오늘 밤에 할 말이 있는데 만날 수 있을까?”

"어 오빠, 좋아. 그럼 이따 7시에 만나.“


비가 오슬오슬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까지 불어 5월임에도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다.

7시까지 시간이 그렇게 더딜 수가 없었다. 현우는 자꾸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3시, 3시 20분, 3시 35분, 3시 50분... 한참 지난 것 같은데도 고작 몇 십분 지났을 뿐이다. 


현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후련했던 마음 보다는 걱정하는 마음이 커져갔다. 한번 실연의 상처가 있었던 터라 혹시나 윤경이를 또다시 잃게 될까봐 두려웠다. 

현우의 가치관과 행동을 이해해 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전혀 이해해주지 못할 것도 같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어느덧 7시가 되었다. ‘윤경이는 또 왜이렇게 늦게 오는 걸까?’ 

단지 5분이 지났음에도 1시간은 지난 것 같다. 이때다. 멀리서 윤경이가 보였다. 다가오는 시간은 왜 이리 또 짧은 걸까..  윤경이가 앞에 오자 현우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윤경아, 사실 나 오늘... 연구원에 사표냈어.”

“응? 뭐라구?”

“연구원은 이번 주 까지만 일하게 됐어. 이제부터 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하려구.”

“......”


“정말 미안해 윤경아. 너에게 제일로 미안하다.”

“......”

“윤경아, 나는 언제부턴가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내가 얘기 해주었던 어렸을 적 추억처럼, 아이들과 어울리는 속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그 어떠한 명예와 금전적 욕심도 버릴 자신이 있어. 지금 나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네게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오빠의 순수한 마음은 짐작했지만 그렇다고......”


“그래 정말 미안해. 그래도 네가 이해해 준다면 난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꼭 선생님이 되어 기쁘게 해줄게. 지금 현재의 모습만 보지 말고 미래를 봐줄 수 있을까? 정말 열심히 할께! 미안해 윤경아.”


윤경이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저 현우다운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좀 더 생각해 볼게. 지금은 아무 대답도 해줄 수가 없네.”

“그래 윤경아, 당장 마음을 결정하긴 힘들겠지. 그래도 나의 진심을 이해해주면 난 결코 그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


비가 아까보다 거세지기 시작했다. 둘은 우산 속으로 몸을 움추렸다. 현우는 괜히 연구원을 그만뒀나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또다시 잃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윤경이는 떠나가는 것일까? 내가 괜한 말을 했나 보다. 연구원 다니면서 밤에 공부한다 그럴껄.’

윤경이의 집 앞에서 둘은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뒤돌아 뛰어가는 현우의 뒷모습을 보며 윤경이는 마음이 아려왔다.     


다음날이 되었다.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하게 개었다. 현우는 어제 밤에 집에 전화해서 연구원을 그만둔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의외로 담담하게 사실을 받아들이셨다. 길길이 날뛰실 줄 알았는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이제서야 현우의 뜻을 이해해 주신 것 같았다.


아버지는 오히려 축하한다고 까지 말씀해 주셨다. 현우는 희망이 샘솟음을 느꼈지만 윤경이와의 어제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이제 윤경이만 이해해주면 좋을 텐데......’ 현우는 하루종일 휴대전화만 쳐다보았다. 

보통때는 잘 만지지도 않았는데 오늘따라 휴대전화가 망가진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현우는 하루종일 학원가를 돌아다니며 시험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발걸음이 내내 무거웠다. 

괜히 그만둔다고 말했나 후회되었다. 휴대전화를 또 만지작 거린다. 하지만 결국 벨은 울리지 않았다. 

‘아, 이렇게 또 떠나가는 것인가...' 현우는 후회하는 마음에 쏟아지는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

     

며칠이 지났다. 오늘은 드디어 연구원을 그만두는 날이다. 출근하려고 집 밖으로 막 나섰다. 그때였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며 ‘이윤경’이라는 이름이 떴다. 현우는 그제서야 함박 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윤경이니? 윤경이 맞지? 흐흑.”

전화를 받는 순간 울음이 터졌다.


“오빠 울기는.. 며칠 동안 생각해봤는데 역시 오빠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이제부터 내가 오빠 지켜줄께”

“정말? 고맙다 윤경아. 정말 고마워. 내가 정말 열심히 해서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생님이 꼭 될게. 우리 윤경이 사랑해”

“나도 사랑해 우리 오빠”


5월의 푸른 하늘 사이로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었다. 


< 끝 >


* 처음으로 쓰는 소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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