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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Apr 15. 2022

우울증 일기 60. 척추측만증


나는 척추측만증이 있다.


오른쪽 골반은 올라가고 왼쪽 골반이 내려가서, 오른쪽 허리는 짧아지고 왼쪽 근육은 늘어나져 있는 상태이다.

그런 상태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다리를 한쪽으로 꼬는 습관, 짝다리를 짚는 습관 등 바르지 못한 자세를 오랜시간 동안 이어온 결과이다.


생각하는 습관도 그렇지 않을까. 사고가 한 방향으로 삐뚤어져 있는 것도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인지가 왜곡됐다는 것, 늘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늘 우울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사고습관이 비틀어져 생긴 결과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럴만도 했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두려움을 달래는 나만의 방법이 있었다. 바로 최악의 상황 가정하기였다. 희망이 좌절되는 아픔보다, 미리 알고 있었다 생각이 오히려 안심이 됐다. 괜한 희망을 품어봤자, 이것이 좌절되면 더 큰 상처가 될테니까. 나는 먼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부터 했다.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오시지 않으면 어떡하지. 갑작스럽게 사고가 나서 집이 한순간에 망가지면 어떡하지. 등등 정말 극단적으로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주는 유일한 이점은 ‘나는 미리 생각했어.’라는 나의 예지력. 뭐 그런거 일뿐이었다. 얻는게 별로 없는데도 나는 그런 습관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행복이 찾아올까. 행복한 순강이 찾아와도 어떻게 그걸 알아볼 수 있을까. 그 순간에 있어서 나는 또 다시 최악을 가정하고 있는걸. 우울할 수 밖에 없는 생각 패턴이었다.

물론 물리적인 사고가 나서 허리가 나가거나 부러지거나 할 수 있듯이 외부로 인한 큰 충격으로 인해 내 마음의 뼈가 골절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큰 충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엉망인 것은, 그동안 크고 작은 잘못된 사고들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지 살펴보는 게 좋겠다.

인지를 바로 잡는다는 말은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나쁜 자세를 바른 자세로 고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즉 정신을 날카롭게 세워서, 내 마음을 세심히 관찰하여 바른 자세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그 만든 자세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인내심, 지속력이 필요하다.

인내가 필요하다.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걸쳐서 만들어진 부정적인 생각 습관을 긍정적으로 고치기란 또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명이 생각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서 있게 되고, 앉아 있게 되고 누워있게 되더라도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한다. 좋은 일이 있건 나쁜 일이 있건 마음의 자세도 바르게 유지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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