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훈련기 35. 소개팅

공격이 들어오다

by JINSOL

소개팅


소개팅을 했다.

나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살이 어느정도 빠졌다고는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여전히 뚱뚱해보였다. 소개팅팅에 나올 그 남자가 나를 좋아할까? 싫은 티를 역력히 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그득 차올랐다.


'지금이라도 하지 않는다고 할까?'


이런저런 걱정들로 나를 망설이게 했다. 내가 망설이는 사이 상대방은 이미 나에게 연락을 시작했다. 나도 그 연락에 응했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대화 속에서 나는 은연중에 외모에 대한 자신없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남자는 괜찮다며 날 안심시켰다.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서 그를 처음 만나는 순간. 그는 나를 기쁘게 반겼다. 그리고 내가 그의 눈을 봤을 때 안도감이 들었다. 나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갔고. 맛있는 음식이 나왔다. 새로운 만남에, 그리고 그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물론 그가 아래의 말을 꺼내기 직전까지 말이다.


그는 여태 만났던 여자들 얘기로 넘어갔다.

뭐야, 첫 만남에 과거 여자 얘기라니? 하지만 난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며 요즘 시대에 과거 얘기 따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자세를 취했다. 내가 그 남자의 말을 잘 듣고 있자 남자는 신나서 더 떠들어댔다.


“예쁜 애들은 공주님처럼 모셔야 하고, 다 맞춰줘야 하거든.”


자신의 연애 경험 속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인 모양이다. 그러다 나를 슥 보고는 말을 이었다.


“근데 너는 안 그래도 될 것 같아서 좋아.”


나는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입안에 음식은 모래알처럼 느껴졌다.


'맞아. 나같이 못생긴 애면 남자에게 잘맞춰주고 예쁨받으려고 노력해야겠지.'


옛날의 나였다면,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였다면, 그 남자 말에 자연스레 수긍했을지도 모른다. 돼지야라고 놀림 받았던 그 이유가 내탓이라고 생각했던 그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난 반기를 들었다. 그 남자의 말에 반발감이 일었다. 그 남자 기준에서 무엇이 예쁜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은 그 사람 자유다. 그 사람이 나를 예쁘다고 여기든, 말든 그것도 그 사람 주관이다. 그 사람 머릿속 심사위원단이 하는 일이니깐.


그리고 그 가치평가를 내가 받아들일지 말지도 나의 자유다.


생김새가 어떻든 뭐든, 난 그에게서 나에 대한 존중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난 누군가의 하녀가 되면서까지 그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갈 바엔 나 혼자 사는 행성의 고독한 왕이 되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 남자를 거절했고, 그 남자는 왜 자신이 거절당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그러고는 몇 번이나 나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남자는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공격을 퍼부은 것이고, 난 이에 굴하지 않았으며 나를 지켜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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