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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Oct 05. 2021

우울증 일기 13. 차라리  


요즘따라 드는 생각은, 차라리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한방정신과의원에 갔을 떄 입원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 있냐고 질문 받았다. 그때는 거부감부터 들었다. 게다가 굳이 입원까지 할 필요 있을까?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전자기기는 다 할 수 없고, 오직 책과 필기구만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주어진 시간에 삼시세끼 꼬박 나오고 딱히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오하려 더 미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도 음식을 꾸역꾸역 먹고 토하는 나 자신을 봤을 때, 그냥 병원에 입원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으면 음식을 들여올 일도 없고 주어진 끼니만 잘 먹으면 되니까. 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을거니까. 휴대폰과 컴퓨터를 못쓴다는건 괴로운 일이지만 폭식을 멈출 수만 있으면 그것도 괜찮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입원을 하고 싶어도. 하기가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생계가 곤란해지니까.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런데 요즘 따라 왜 이렇게 입원하고 싶은걸까. 

아무것도 안해도 되니까 이제 다 내려놓고 싶다. 

고통이 많이 느껴져서 고통을 안느낄 수 있도록 약에 푹 절여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불가능이다. 


나는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다. 오전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다. 일하고 나면 1시간 산책을 하고 집에와서 휴대폰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직장일은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다. 노는 시간이 많기는 하다. 그나마 어려운 편이 아니라서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보다 더 업무량이 많아지면 난 버티지 못할 것이다. 


요즘에 상담을 받으면서 기분 오락가락 하는게 심해졌다. 

상담할 때 그랬다. 묵혀둔 감정을 떠올리고 치유하느라 불편하고 무기력이 찾아오고 더 기분이 안좋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 힘들다. 지하실에 담아뒀던 것들 꺼내는 기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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