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솔 Oct 06. 2021

우울증 일기 14. 외로움


나의 인간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헷갈리는게, 내 성격 탓인건지 이 병 때문인건지는 확실히 구분짓기 어려웠다. 

다만 정확한 건 나는 예민했고,  갑자기 슬퍼지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틈에 나만 관심 받지 못한다는 기분과 고립감을 자주 느꼈다는 것이다. 우울증 증상에도 이 현상이 있다. 고립감과 외로움. 급변하는 기분. 이런것들 말이다.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다보니 사람을 사귀기 위해서 모임에 나가도 갑작스럽게 기분이 저하되고 불안해져서 급히 모임을 뛰쳐나오곤 했다. 

모임에 나가고 사람을 만나고 오는 날이면 난 늘 폭식을 했다. 밀려오는 고독감과 외로움을 잊어버리기 위해서였다. 사람을 만나고 오면 훨씬 더 외로웠다. 사람을 만나는 동안 나의 외로움은 달래지는게 아니라 더 커져가는 것만 같다. 


또 피해의식과 과대망상이 사람들 속에 어울리는 걸 방해했다. 나는 사람들이 늘 나의 외모에 대해 지적하고 싫어할거라고 생각했다. 또 한편 나를 좋아해주기를 바라면서 저 사람들이 날 좋아해주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다 꿈이었고 환상이었다. 나는 사람한테 다가가기가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말꺼내는거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모임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나는 어울리려고 애썼다. 말을 하고 대화를 했다.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능력은 없었고 그 속에서 다채롭게 올라오는 우울감과 불안감, 두려움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 사이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뭘 하는지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내속에 가득찬 우울감과 불안감이 조금 사그라들자 사람한테 다가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간 인간관계를 지속시키기란 어려웠다. 나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했고 언젠가 나에게 상처줄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있었다. 마음에 거리를 두었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보고 싶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혼자 있는 상황은 계속됐고 고립감과 외로움의 악순환은 끊이질 않았다. 


외로움은 내가 마음을 닫고 있어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우울증 일기 13. 차라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