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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Oct 06. 2021

우울증 일기 15. 입원에 대한 상담


오늘은 병원에 갔다.


나는 매주 수요일마다 병원에 간다. 병원에 가서 간단하게 상담하고 약을 받아온다.


내가 사는 지역의 중심가에 있는 병원에 가는데. 병원에는 늘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좁은 공간에 콩나물 시루처럼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요즘 세상 참 마음이 힘든 사람이 많은가보다 라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나와 비슷한, 아니면 나보다 더 나은, 아니면 나보다 더 심각한 상태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시장바닥마냥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아서 늘 30분 이상 대기해야한다. 기다리다가 진료실에 들어가서 상담을 하면 대부분 소요시간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하라고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나는 짧게 간단하게 내 할말을 전달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훨씬 길기도 하다. 하지만 난 의사 선생님의 퇴근 시간을 잡아먹기도 미안하고 한 주에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많기 떄문에 대부분의 내 상담은 일찍 끝난다.

 

그러나 오늘은 고민과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상담시간은 꽤 길었다. 나는 의사 선생님께 하소연 하기 시작했다. 모임에서 누군가와 틀어지게 됐는데, 그 사람이 나를 너무 감정적으로 비난하고 깎아내리려 했다. 그리고 그에 내가 화가 났다는 내용이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바닥 끝까지 보니 정말 속좁은 사람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의사선생님께 자조치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주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병원 입원을 하고 싶어요,”

 

저번편에도 썼듯이 나는 차라리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내가 병원 입원 얘기를 꺼내니 화들짝 놀라셨다.

폭식이 너무 심해서 폭식을 차단할 수 있는 환경에 있고 싶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 말을 듣더니 잠시 침묵 후 입을 열었다.


“그동안 여러가지 인간관계로 인한 일들로 인해서 힘들어서 일시적으로 그런게 아닐까요?”


나는 선생님의 말이 의아스러웠다.


병원 입원은 신중해야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이번 일이 진정이 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병원 입원으로 잃을 게 많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입원이 좋을 수도 있지만, 만약에 그냥 사람들을 피하고 싶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서. 회피성 공간이 필요한거라면 별로 도움이 안될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차분히 설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을 가면 편해질거라는 생각은 단편적인 것인가보다. 하긴, 병원 입원 비용 병원에서의 생활 병원 입원 후의 재취업이나 적응해야하는 일들 그런것들을 고민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는 걸 수도 있겠다. 더 불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입원은 당장 위험하다거나 급박할 때 하는 거랬다. 나는 편하고 싶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우울감을 꾸역꾸역 견뎌내고 폭식을 하지 않으려 노력해야하는 현실이 너무 버거웠다. 무엇보다 계속되는 폭식이 나를 너무 지치게 했다. 먹는게 참 내맘대로 안되다니. 먹고 토하느라 목이 따끔거린다.


지금은 다른 거 생각하지말고 약 잘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합시다.”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나를 달래듯 말했다.



나는 그렇게 오늘 병원을 나섰다. 입원에 대한 아이디어는 불발로 끝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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