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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Oct 14. 2021

우울증 일기 19. 무기력


회사와서 할 일이 없다. 바빴다가 한가했다가 그 정도가 심한 회사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은 아니다. 나는 이런 시간이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어제 병원 상담에서 밤에 먹는 약 하나를 빼기로 했다. 2주동안 매일 같이 졸고 있어서 그랬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계속 꾸벅꾸벅 졸고 말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잠이 오는지 모르겠다. 의사선생님이랑 얘기해서 잠오게 하는 약 하나를 줄였다. 그래서인가 오늘은 조금 덜 졸리는 듯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차후 경과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나는 폭식증을 고치기 위해서 저녁을 제대로 먹기로 결심했다. 나는 폭식상태 또는 아예 공복 상태 두 가지 상태 밖에 없었다. 밥을 먹으면 생기는 포만감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다고 하지만 나는 너무 싫었다. 포만감이 생기면 공포와 불안이 올라왔다. 이대로 살이 찌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먹은 것을 게워내야겠다고 생각하자 더 많이 먹어 버렸다. (많이 먹어서 토하기가 수월하다는 생각때문이다) 


폭식에는 배가 고픈 것도 영향을 미치니까 삼시세끼중 두끼라도 제대로 챙겨 먹고 너무 배고픈 상태가 되지 않으려고 결심했다. 그래서 병원을 갔다 와서 근처에 있는 곰탕 집으로 들어갔다. 곰탕을 맛있게 먹고 나자 포만감이 일어났다. 나는 포만감을 마주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더부룩하고 소화가 되지 않았다. 이대로 잠이 오지를 않았다. 게워내고 싶었다. 어제 저녁 맥주1500cc와 버터갈릭감자와 순살양념치킨을 먹어댔다. 


나의 또 시작된 도전은 끔찍하게 끝났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무기력하다. 


포만감은 포만감대로 싫어서 이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폭식하고, 

공복은 공복대로 다른 일 때문에 우울해서 이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폭식하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고 힘이 빠졌다. 


삶에 큰 상처들이 정리됐다고 생각했다.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마음 속에 슬픔이 깔려 있었고 삶에 대해서 원망하고 있다. 사는 것이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분명 즐거운 일도 있었고 삶이 아름다워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활기차거나 힘내면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아직 들지 않는다. 뭔가 사는게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왜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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