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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Oct 21. 2021

우울증 일기 20. 싸움


일주일동안 상태는 왔다갔다 했다. 웹소설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갈 수록 힘이 떨어졌다. 나는 늘 끝 마무리를 잘하지 못하나보다. 


휴일에는 어김없이 무기력이 찾아왔다.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누워 있었다. 잠도 깊게 자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에 깼다. 약은 잘 챙겨 먹는 편이었다. 폭식도 여전했다. 일주일에 세 번? 그랬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자기 대화를 계속해서 해보라기에, 나를 불러냈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나 자신은 별달리 말을 하지 않는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외로움. 무기력. 쓸쓸함. 씁쓸함. 자책. 후회. 분노. 포기, 낙담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 때문인걸까.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걸까. 이불 틈에 파고들어서 컴퓨터를 켜서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만 주구장창 봤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는 곧이어 이것이 내가 정말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관계로부터 도망가고 싶어서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꼬일 수는 있는데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나의 베베 꼬인 현 상황에 대해 늘어놓자 그 친구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풀어지지가 않더라. 


우리의 싸움의 시작은 정말 사소했다. 

정말 사소한 문제였고 나의 피해의식이 발동했다. 그것이 발동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좀처럼 잘 지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 사람은 내가 가진 피해의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 반응에 그 사람도 마찬가지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어른스러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중에서야 아차 싶었다. 이 감정적진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야해. 그래서 사과의 내용이 담긴 메세지를 보냈다.


'사과 받을 생각 없어.'


그리고 


'착한 짓 하지마. 연기하지마.'


연기가 아니었다. 나는 진심이었다. 나는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싶었다. 그리고 둘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너나 나나, 진흙탕 싸움인 건 마찬가지잖아? 


하지만 그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정말 진심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렇게 싸우지 않아도 됐을텐데. 

나도 진심이어서, 외로움에서 달아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어서 그렇게 목을 멨나봐.


누가 그랬지. 우리는 고슴도치라고. 서로 외로워서 가까워지려고 하면 서로의 가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고. 적정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아마도 그랬어야 했었나 보다. 


우울증이 주는 감정 때문에 내가 과민반응 한걸까? 가지지 않아도 되는 피해의식에 허우적 거리면서 사람들을 내쳤던걸까?


우울하지 않았더라면, 난 건강하게 이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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