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주를 무기력하게 보냈다. 회사에 가지 않는 주말은 더욱더 화려했다. 나는 음식을 먹고 누웠고, 거북스러우면 구토를 했고 다시 한참을 누워 있다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오면, 또 다시 음식을 배달시켰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이불속에만 파묻혀 있고 싶었다. 무엇때문에 이토록 괴로운지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사람들이랑 트러블이 생긴 것 때문에 이러는걸까. 맞다.
하지만 왜 이렇게 끔찍하게 무기력한걸까? 그 어느때보다도 증상이 심한 것 같았고, 힘들었다.
싸운 건 싸운 거고, 욕들어먹는건 욕들어먹는 거고, 안보면 그만인 관계. 뭐가 아쉽다고.
죄책감과 후회도 들긴 하지만 한편으로 그렇게까지 나를 까내리고 싶어하는 그 욕망을 가진 너란 인간도 무섭다고. 화가 난다고. 나에 대한 존중따위는 보이지가 않는다고. 나도 피해자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말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나는 일주일을 끙끙 앓았던걸까.
"절망해서."
그런것 같다. 난 절망했다.
사람 만나는 것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었고 절망감이 들었다.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난 더 이상 사람들에게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오아시스에 갔더니, 물이 없다. 난 오아시스를 좋아한 이유가 오로지 물때문이었어! 그런데 물이 없다?
더 이상 그 오아시스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
"사람을 왜 만나야하지?"
머릿속에 가득 든 문장은 이거 하나다.
아, 의문. 또 다시 들어온 의문!
내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꺼내놓을 떄면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넌 가끔보면, 외계인 같아.]
외계인? 오우, 생김새에 대해서 한 걸까?
[넌 말할 때 "보통 사람들은" 이라고 말해. '보통사람들은 이렇게 하지 않아?' 라는 식으로.]
[그게 뭐야?]
[그러니까, 마치 외계인이 책으로 일반 사람들에 대해서 머리로 배우고 있는것 같단 말야. 연애를 직접하지 않고 책에서 연애 방법을 찾는것처럼.]
[아.]
오늘 내 머릿속에 든 의문 때문에 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네 말이 맞는것 같아. 난 오늘 대체 사람을 왜 만나는거야? 같은 따위의 질문을 하고 있거든.
만약 내가 너를 만났다면,
"사람을 왜 만나는거야?"
"응?"
"그러니까 사람을 만나면 어떤 나에게 이점이 있어서 만나는거야?"
오늘은 이런 질문을 했을거야.
"이 질문을 왜 해?"
너는 그렇게 되물어봤을 거 같아.
그럼 난 이렇게 말하겠지.
"보통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사람을 만나는가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