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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Oct 27. 2021

우울증 일기 22. 우울증일때 직장은?

우울증일 때 직장을 그만두는게 나은가요? 


나는 직장을 다닌다. 9시부터 6시까지 업무를 한다. 물론 일의 강도가 높은 건 아니다. 한가할 때도 많다. 가끔씩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중재를 해야하는데 그럴 떄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트러블 있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달에 한 번 문제가 있을까 말까한 정도다.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직장 다니는걸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더 나은 직장, 더 나은 수입을 위해서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은 매일같이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3년을 보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직장만을 그만 두는게 아니라 탈직장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즉 백수가 되고 싶다는 것.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치료에 전념하고 싶어서였다. 


"직장은 다니는 게 좋아요."


의사선생님도 상담사님도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곧바로 수긍했다. 맞다. 나는 직장에 가지 않는 날이면 하루종일 침대와 하나가 되어 기어나오질 않았으니까.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폭식을 하고, 그대로 누워서 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깐. 


그나마 직장에 가 있는 동안 규칙적으로 생활을 하고 점심을 먹고, 움직이고 글을 쓰고 생각을 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결국 회사에 가지 않는 내 주말이 어땠는지, 얼마나 처참했는지 잘 알기에 나는 퇴사에 대한 꿈을 고이 고이 접었다. 


물론 회사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면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회사 자체가 나에게 커다란 스트레스가 된 적은 있다. 상사가 나에게 계속해서 화를 내고, 면박을 줬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잘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된 탓도 크다고 생각했다. 여자들끼리 나를 대고 뒷담화를 할 떄도 있었다. 그렇지만 버티고 버텼다. 회사 사람들과 트러블이 계속 났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악물고 버텼다. 안간힘을 썼다. 

결국 권고사직으로 쫓겨나듯 나가게 되야 나의 싸움은 끝이 났다. 그정도로 나는 끝까지 버텼다. 화장실에 가서 울면서 버텼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버티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정말 더 이상 안되겠을 떄는 회사도 내려놓고 자기를 돌보라고 말하고 싶다. 


뭐 어쨌든, 나는 일상 만들어 가는게 꼭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계속 일상을 잡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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