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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Oct 29. 2021

우울증 일기 23. 자기대화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바람에 물이 계속해서 흐른다. 부실한 수독꼭지가 원인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틀어놓은 게 원인일 수도 있다. 물이 계속 흐르는 현상이 우울감의 지속(우울증)이라고 한다면, 부실한 수독꼭지 혹은 누군가의 방치가 우울증의 원인인 셈이다. 


부실한 수도꼭지의 문제는 호르몬의 문제다. 기분을 좋고 나쁘게 하는 신경 전달물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계속해서 슬픔을 느끼게 된다. 두번째로는 직접 그 우울하고 슬픈 사건을 지속적으로 겪어서 우울감이 계속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다. 


우리는 상처를 받으면 슬프고 우울해진다. 상처라는 게 욕구의 좌절이다. 나는 마음의 약함, 강함 이런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기보다는 욕구가 있냐 없냐의 차이인 것 같다. 욕구가 좌절되면 '상처'처럼 남는다. 

누군가가 이런 심한 말을 하고 놀려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나는 존중 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면서 느끼는 기분이다. 그것이 실제 피부에 생기는 상처처럼 우리 뇌는 기억을 하고 그런 아픔이 올라온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의식 중에, 혹은 무의식 중에 바라고 산다. 그것이 충족이 되면 만족스럽고 편안한 상태가 되고 만족되지 않으면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 


불만족을 겪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까?  

자 누군가가 당신을 보고 '멍청이'라고 놀렸다고 하자. 나는 존중받지 못해서 기분이 나쁘다. 그 기분나쁜것을 애써 잊어버리려 할 수도 있고, 놀린 이에게 찾아가 사과를 받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애써 잊어버리려고 하고 묵혀두고 없는 일처럼 굴어본다. 시간이 지나면 그 감정이 희미해진다. 하지만 없어진게 아니다. 어느날 해결되지 않는 이 감정이 불쑥 올라와 나를 괴롭힌다. 누군가가 그냥 장난으로 가볍게 '바보'라고 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함께 떠오르면서 화가 너무 많이 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래서 그때마다 감정을 돌보아주고 불만족한 경험을 위로해줘야 한다고 한다. 감정은 돌보아주면 사라진다고 한다. 쌓아둘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풀어주고 얘기를 걸어주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꼭 해보시길 바란다) 


상담사님은 감정을 돌보아줘야 하는것을 강조해주셨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자기 대화'라고 했다. 스스로 자신에게 어떤 기분인지를 묻고, 그 기분을 깊이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것이다. 무엇이 불만족스러웠는지, 무엇을 원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주고, 스스로 그 원하는 것을 해주며 상처를 치료한다. 

상대에게 사과를 듣는 것이 원하는 것인데 사과를 못받는 상황이라면? 그래도 괜찮다. 내가 대신 사과를 해주면 된다. '사과 받고 싶었지? 미안해.' 이렇게 말을 걸어주면 된다. 그러면 정말 상대방에게 사과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은 조용히 사그라든다. 


이런 과정은 아이가 부모에게 돌봄을 받는 과정과 비슷하다. 상처 받은 내면을, 어른스러운 또 다른 내가 위로해주고 달래주는 것이다. 어린 자아를 부모 자아가 돌보아준다는 말이다. 


그렇게 받았던 상처를 치유한다. 틀어놨던 수도꼭지를 잠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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