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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Nov 04. 2021

우울증 일기 24. 불안을 앓다


불안함이 많은 내가 오늘을 사는 것


과도한 불안함은 우울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내가 불안함을 느끼는 영역은 다양했다. 인간관계에 신경을 쓸 때에는 이 관계가 나빠지면 어떡하지 라는 상상으로 온 종일 불안에 떨어야했다. 그러다 관계가 와장창 비극으로 끝나버리고 내가 불안해 했던 것들이 현실로 부닥치고 난 후, 아무 관계가 없고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에는, 또다시 걱정이 올라온다.


"나 뭐 해먹고 살지?"


나는 회사를 다닌다. 단순 반복 업무. 누구나가 하는 업무. 정말 쉬운 업무. 내가 입사했을 때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은 말은 이거였다.


'맨날 같은거 반복해서 쉬워. 좀 지루할 수 있긴 하지만.'


초반에는 생소한 용어들이라서 헤맸지만 3년을 하다보니 익숙해졌다. 실수가 없는건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해냈고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거나 단계가 높아지는 일은 아니었다. 그냥 단순하게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라 그렇다. 새로운 생각을 할 것도 없고 머리 쓸 것도 없다.  


쉬운 일의 값어치는 그만큼 작았다. 나는 최소한의 월급을 받고 생활했다. 그냥 법적으로 정해놓은 최소한에 맞추어 받았다. 그냥 나는 그 월급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30대 후반이 되어서도 이 월급으로 생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또 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식도 없고 기술도 없었다. 일단 대학입시가 급급했기떄문에 성적 맞추려고 아무과에 진학했다.하지만 나는 그때부터 우울증이 심하게 온 터라 학교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수업도 결석이 잦았다. 지각도 많았다. 전공시험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할 줄 아는게 없었다. 


그렇다보니 단순 반복,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최소의 월급을 받는 것이었다. 


걱정이 많아진 나는 일단 시험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게 공기업이다. 문제집을 사서 풀었다. 계속 틀렸다. 문제집에는 비가 내렸다.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는데 느는것 같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합격이나 할 수 있을까. 합격 못하면 말짱 도루묵인데. 남는 것도 하나도 없고. 문제집을 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때문에 나는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공기업 공부를 포기했다. 

불안했다. 회사를 다니고 월급을 받고 있지만 내 미래는 불투명해보였다. 코로나가 터지기 시작하고 회사들이 문을 닫고 어려워지는 시점에 나도 짤리면 어떡하나 라는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짤리면 어떡하지? 어떻게 먹고 살지? 나는 지금 아무런 기술도 능력도 없는데....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국민내일배움카드 재직자 과정으로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지금 회사에 짤리더라도 취업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그렇게 생각한게 회계 자격증이었다. 

전산회계1급 과정을 들었고 간신히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덜렁대는 성격의 나로서는 숫자를 다루는 회계는 쥐약이었다. 


각종 자격증을 뒤적거리고 이거 선택했다가 저거 선택했다가 반복했다.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문제집을 샀다. 강의를 들었다. 공부 하는 내내 드는 생각은 '난 이걸 하는게 맞을까?' 였다. '공부가 어려운데 이거 계속한다고 해서 잘 할 수 있을까?' 이런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헤매다가 잊고 있던 나의 꿈이 생각났다. 아, 글. 글쓰는 것. 콘텐츠를 만드는 것. 소설 쓰는것 시나리오를 짜는 것 내가 생각한 것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 그건 어떻게 할거야? 그런 의문이 들었다. 

또 그래서 그것도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걸 하다가 나는 뭘먹고 살아아야 하나 이런 고민 속의 돌림노래에 갖혀 있다. 


이번주는 그런 고민으로 머리가 아팠다. 이 고민떄문에 상태가 나빠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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