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일기 12. 깨달음

by JINSOL

이상하게 휴일에는 무기력과 폭식이 심해진다.


오늘은 대체공휴일이라 쉬고 있는데 새벽부터 폭식을 했다. 한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서 쓰린 속을 달래려고 죽을 시켰다. 다음날 아침에도 먹어야겠다는 계획으로 죽 2개를 시켰다. 막상 먹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죽2개를 먹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더부룩함이 느껴져, 게워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게워내려면 먹은 게 훨씬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체 왜 이 비논리적인 사고는 어디서 나왔지.) 과자와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와서 다 먹었다. 그리고 토를 했다. 그런 다음 누웠다. 점심때쯤 돈까스와 김치볶음밥을 시켜 먹었다. 그런 다음 또 토를 했다.


상담사는 정신없이 먹고 토하는 나에 대해서 무슨 생각이 드냐고 물었다.


일단 많이 먹을 떄는 뇌에 전기 스위치가 꺼진 것처럼 아무 생각이 안들고 음식만 입에 넣고 있었다. 구토를 하고 나면 드는 생각은, 막막하다였다.

막막하고 수치스러웠고, 나 자신이 불쌍했다. 제어가 되지 않는 나 자신을 보며 무기력하고 막막함이 더 크게 든것 같다.

좀 제발 제대로 식사하고 폭식하지 않고 구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상담사는 폭식을 할 떄도, 구토를 하고 나서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힘들겠지만, 그 감정의 크기가 너무 커서 힘들겠지만. 그 감정을 피하려고 폭식을 하는거니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라고 했다. 나는 두려웠다. 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는데, 나는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해봐야했기에 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막상 오늘 해보려고 했는데, 폭식할 때 감정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글을 쓰면서 폭식하는 감정에 대해서 떠올려봤다.

그것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큰 거대한 해일로 몰려온다. 나는 언제 이 해일이 오는지 예상할 수 없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그 해일에 휩쓸려버린 뒤였다.


직접 그 해일을 맞는 것을 상상한다. 그때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봤다. 감정이 힘들기 시작한다.

'힘들다'

이 말만 맴돈다. 정확히 이것이 무엇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감정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다. 몇번이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옛날 같았으면 여기서 포기 했을 것이다. 오늘은 달랐다. 난 답을 찾을 수 있을거라 스스로 되뇌였다.


찾았다.

이 감정의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이 났다.


불안, 혼란, 두려움


질문했다.

'무엇이 두려운데?'


내 안의 있는 나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사는 것.'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무엇이었는지 난 어디로가야하는지 나는 살아 있어도 되는것인지 어떻게 사는것인지 한꺼번에 기억나지 않게되고 그로 인해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두려운 것이다. 호흡이 있는 순간이 두려움과 고통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난 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폭식을 선택한 것이다.


왜 사는 것이 두렵지? 밥잘먹고 돈벌고 잠 잘자면 잘 생존 할 수 있는데.

생존 그자체가 두려운건가?


삶이 괴로운 이유를 알았다. 내가 삶을 괴로워 하던 이유 말이다.

통증이 계속 되서였다.

난 극심한 통증을 앓고 있어서 삶이 진절머리 나는거였다.


극심한 통증의 원인은 우울증, 그러니까 호르몬 불균형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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